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장 먼저 한 발언은 "금융통화위원회를 며칠 앞두고는 사일런트 데이즈(silent days)를 갖는다"는 것이었다. '사일런트 데이즈'란 한은 총재를 비롯한 금통위원들과 주요 한은 간부들이 금통위 며칠 전부터는 금리에 대해 함구하는 침묵기간을 말한다. 이 기간은 통상 1주일 정도다.

김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오는 14일 금통위 금리결정회의를 앞두고 기자들이 금리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한 것으로 그만큼 골치 아픈 상황임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데 있어 금통위원들이 고려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이지만 이번에는 환율과 물가로 요약되는 분위기다. 먼저 글로벌 환율전쟁의 여파로 원 · 달러 환율이 급락(원화가치는 급등)하고 있다는 점은 금리 인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기준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외국 자본 유입이 늘어 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줘 전반적으로 경제 회복에 부담을 준다.

반대로 물가는 금리 인상을 더 이상 미루기 힘들게 만드는 변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8월 2.6%에서 9월 3.6%로 치솟았다.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3%)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4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3%를 넘어서는 만큼 한은으로선 물가 하향 안정을 유도하기 위해 금리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채소류 가격 급등으로 지난달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한은 집행부는 음식점들이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데다 한번 높아진 물가는 잘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그에 맞는 금리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시장에선 환율과 물가 중 금통위가 물가를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좀 더 우세한 편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채권시장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61.1%가 0.25%포인트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은 금리정책과 더불어 이번 주 눈여겨봐야 할 사항은 글로벌 환율전쟁에 임하는 외환당국의 태도다. 원 · 달러 환율은 지난달 초에 비해 80원가량 하락했지만 그동안 외환당국의 대규모 시장개입은 없었다. 환율의 방향 자체를 바꾼다기보다는 하락 속도를 조절하는 수준에서의 미세조정(smoothing operation)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9일까지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행사에서 환율전쟁 방지를 위한 합의 도출에 실패했기 때문에 이번 주 환율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100원 근처로 내려왔을 때 외환당국이 어떤 정책을 펼지 주목된다.

경제지표 중에선 지식경제부가 14일 내놓는 9월 전력판매량을 체크해볼 만하다. 전력판매량이 늘면 경제활동이 왕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지난달까지는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한은이 13일 발표하는 금융시장 동향에선 9월 시중자금의 흐름을 파악해 볼 수 있다. 올 들어 8월까지는 시중자금이 은행 예금으로 몰려들었는데 예금 금리가 떨어진 만큼 이 같은 흐름에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수출입물가는 9월 수치가 14일 나온다. 8월엔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입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7% 상승했다.

경제부 차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