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제2 유동성 장세'…금리 인상으로 기대 꺾이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글로벌 환율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가운데 대내적으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주식투자자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그동안 금리 인상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 왔던 기획재정부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제기,이번에는 금리를 올리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증시에선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지난해 2~3분기에 이어 다시 형성된 '제2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가 꺾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관전포인트는 금리를 올릴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가뜩이나 급격한 원화가치 절상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국내 수출기업들이 환율전쟁의 최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환율전쟁은 미국 일본의 '양적 완화' 속에 다른 나라들은 돈을 푸는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리만 금리를 올릴 경우 외자 유입이 촉진돼 원화 절상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금리를 올릴 경우 외자 유입에 따른 원화 절상을 시장 개입을 통해 방어하는 정책수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수출과 경기에 미칠 타격을 완화시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내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가 이미지에 커다란 손상을 입힐 수 있어 부정적 효과도 만만찮다. 이미'환율전쟁 중재자'를 선언한 마당에 시장 개입은 더더욱 선택하기 어려운 정책 수단이다.
또 시장 개입으로 풀린 유동성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다. 이때 풀린 시중의 유동성을 중앙은행이 환수 혹은 중화시키는 불태환 정책으로 인플레 압력을 줄여줄 수 있지만,이 경우에도 국가 이미지 훼손과 함께 중앙은행의 적자 누적이라는 후유증도 만만치 않게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환율전쟁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도 우리가 다른 국가처럼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여건이라면 금리를 올리는 것보다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이 낫다. 국민들에게는 소극적이란 인상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각국의 '근린 궁핍화' 경쟁 속에 최소한 다른 국가들에 피해를 준다는 부정적 인상은 피할 수 있다.
요즘처럼 글로벌 유동성이 풍족하고 국가 간 금리 차와 환차익에 좌우되는 각종 캐리자금이 국제 간 자금흐름을 주도하는 시대에는 설령 내부적 금리변경 요인이 있다 하더라도 다른 국가와의 금리차를 줄이는 쪽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다른 국가들이 저금리를 통해 통화가치 절하를 유도하는 상황에서 국내 요인만 감안해 금리를 올리면 쏠림현상으로 통화정책이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필요성의 논거로 제시하는 인플레 문제도 그렇다. 최근처럼 수입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 상승 같은 공급(cost push) 측 요인에 따른 인플레 압력을 수요(demand pull) 측 요인에 따른 인플레 압력을 잡는 핵심 수단인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것은 정책의 적합성 원칙에 위배되고,실제 효과도 미미한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재고방출,생산성 증대 등과 같은 공급 측 정책 수단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케인시안의 통화정책 전달경로(transmission mechanism)상 금리 변경 시 인플레 등 실물경제에 미치는 시차는 최소한 6개월 정도로 추정된다. 많은 논란 끝에 지난 7월에는 전격적으로 금리를 올린 후 두 달 동안 금리를 동결해 금리 인상을 예상했던 많은 시장참여자에게 적지 않은 피해를 줬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린다면 시장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고,통화당국의 신뢰는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현 시점에서 금리를 올린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공정사회 구현을 멀어지게 할 수 있다. 위기를 거치면서 상위 계층의 현금 흐름은 개선된 반면 중하위 계층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주택담보대출에 따른 체감 부담이 더 늘어났다. 금리마저 올라간다면 이자 부담이 가중돼 양극화 정도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기준금리는 경제 실상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테일러 준칙 등으로 추정되는 우리의 적정 금리에 비해 현 금리수준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언젠가는 금리를 올려야 하고 경제주체들도 그렇게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정책은 나름대로 정당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적시성과 적합성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달 금통위에서 일부 요구대로 금리를 올린다면 이에 따른 비판도 커질 것으로 보는 것은 적시성 면에선 때가 아니고,적합성 면에서는 다른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통화당국이 고대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오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그동안 금리 인상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 왔던 기획재정부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제기,이번에는 금리를 올리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증시에선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지난해 2~3분기에 이어 다시 형성된 '제2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가 꺾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관전포인트는 금리를 올릴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가뜩이나 급격한 원화가치 절상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국내 수출기업들이 환율전쟁의 최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환율전쟁은 미국 일본의 '양적 완화' 속에 다른 나라들은 돈을 푸는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리만 금리를 올릴 경우 외자 유입이 촉진돼 원화 절상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금리를 올릴 경우 외자 유입에 따른 원화 절상을 시장 개입을 통해 방어하는 정책수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수출과 경기에 미칠 타격을 완화시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내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가 이미지에 커다란 손상을 입힐 수 있어 부정적 효과도 만만찮다. 이미'환율전쟁 중재자'를 선언한 마당에 시장 개입은 더더욱 선택하기 어려운 정책 수단이다.
또 시장 개입으로 풀린 유동성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다. 이때 풀린 시중의 유동성을 중앙은행이 환수 혹은 중화시키는 불태환 정책으로 인플레 압력을 줄여줄 수 있지만,이 경우에도 국가 이미지 훼손과 함께 중앙은행의 적자 누적이라는 후유증도 만만치 않게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환율전쟁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도 우리가 다른 국가처럼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여건이라면 금리를 올리는 것보다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이 낫다. 국민들에게는 소극적이란 인상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각국의 '근린 궁핍화' 경쟁 속에 최소한 다른 국가들에 피해를 준다는 부정적 인상은 피할 수 있다.
요즘처럼 글로벌 유동성이 풍족하고 국가 간 금리 차와 환차익에 좌우되는 각종 캐리자금이 국제 간 자금흐름을 주도하는 시대에는 설령 내부적 금리변경 요인이 있다 하더라도 다른 국가와의 금리차를 줄이는 쪽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다른 국가들이 저금리를 통해 통화가치 절하를 유도하는 상황에서 국내 요인만 감안해 금리를 올리면 쏠림현상으로 통화정책이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필요성의 논거로 제시하는 인플레 문제도 그렇다. 최근처럼 수입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 상승 같은 공급(cost push) 측 요인에 따른 인플레 압력을 수요(demand pull) 측 요인에 따른 인플레 압력을 잡는 핵심 수단인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것은 정책의 적합성 원칙에 위배되고,실제 효과도 미미한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재고방출,생산성 증대 등과 같은 공급 측 정책 수단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케인시안의 통화정책 전달경로(transmission mechanism)상 금리 변경 시 인플레 등 실물경제에 미치는 시차는 최소한 6개월 정도로 추정된다. 많은 논란 끝에 지난 7월에는 전격적으로 금리를 올린 후 두 달 동안 금리를 동결해 금리 인상을 예상했던 많은 시장참여자에게 적지 않은 피해를 줬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린다면 시장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고,통화당국의 신뢰는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현 시점에서 금리를 올린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공정사회 구현을 멀어지게 할 수 있다. 위기를 거치면서 상위 계층의 현금 흐름은 개선된 반면 중하위 계층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주택담보대출에 따른 체감 부담이 더 늘어났다. 금리마저 올라간다면 이자 부담이 가중돼 양극화 정도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기준금리는 경제 실상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테일러 준칙 등으로 추정되는 우리의 적정 금리에 비해 현 금리수준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언젠가는 금리를 올려야 하고 경제주체들도 그렇게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정책은 나름대로 정당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적시성과 적합성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달 금통위에서 일부 요구대로 금리를 올린다면 이에 따른 비판도 커질 것으로 보는 것은 적시성 면에선 때가 아니고,적합성 면에서는 다른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통화당국이 고대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