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창건 65주년인 10일 오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대규모 군부대 열병식을 열고 그 상황을 사상 처음 TV와 라디오로 생중계했다.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은 이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열병식 주석단에 올라 권력 승계자로서 처음 군부대의 열병 신고를 받았다. 김 위원장과 김정은은 오전 10시께 주석단에 올라 열병 검열 상황을 잠시 지켜봤고 10시13분께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합참의장에 해당)이 김 위원장과 김정은에게 열병 신고를 했다.

열병식 주석단 정 중앙에 김 위원장이 자리 잡았고 왼쪽으로 이 총참모장,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김영춘 인민무력부장 순서로 도열했다. 오른쪽에는 중국 축하사절 단장인 저우융캉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최영림 내각총리,김철만 전 정치국 후보위원,김경희 당 경공업 부장 순으로 자리를 잡았다.

김정은의 권력승계를 대내외에 공표하기 위해 김정은이 김 위원장 바로 옆에 앉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김정은의 자리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와 관련,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은 외신과의 회견에서 "이제 청년대장 김정은을 모실 영예를 얻게 됐다"고 김정은의 승계를 공식화했다.

이날 행사는 CNN NHK 등 해외 취재진 80여명이 초청됐다. 내외신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1만여명의 병력이 참가한 열병식을 거행, 차기 지도자로서 김정은을 부각시키고 군부가 지지하고 있음을 알리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주석단에 김 위원장과 김정은이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김정은의 인지도를 높이고 차기 지도자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과거 행사 때와 달리 국내외 매체에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도 그런 목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대규모 열병식 행사를 통해 대내외적으로 김정은이 후계자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내부적으로 김정은 우상화 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열병식은 노동당 창건일에 맞춰 매년 실시하던 행사인데 올해는 김정은 후계작업에 맞춰 예년보다 큰 규모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이번 행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외교무대'에 첫 모습을 드러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당대표자회는 내부행사였던 반면 이번 당 창건 기념식 및 열병식에는 중국 등에서 대규모 외교사절단이 참석한 만큼 김정은이 외교무대에 처음 등장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열병식에는 중국에서 저우 상무위원 외에도 공산당 대외연락부의 왕자루이 부장과 류제이 부부장,장즈쥔 외교부 부부장,쑨정차이 지린성 당서기 등 대규모 사절단이 참석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