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하락세를 보여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3%대인 '저금리 시대'다. 전통적인 의미의 은행 정기예금이나 적금은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다. 금리가 연 3%대 초반에 머물고 있어 물가상승률에다 세금까지 감안하면 남는 게 없어서다. 은행들은 정기예금이나 적금에 펀드 등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을 결합하거나 이자를 한푼이라도 더 주는 복리상품을 개발해 고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월복리 상품 '히트'

월복리란 매달 원금에 이자를 계산한 뒤 다음 달에는 기존 원금과 이자를 합한 금액에 다시 이자를 덧붙여주는 방식을 말한다. 이자에 또 이자가 붙는다고 생각하면 쉽다. 반면 단리는 원금에 대해 정해진 이자만 붙는다.

예를 들면 예금금리가 연 4%일 때 월 100만원씩 36개월간 납입하면 단리 상품 이자는 222만원,월복리 상품 이자는 230만8834원이다. 이자 차이가 8만8834원 난다. 차이가 얼마 되지 않아 보이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 법이다. 단리와 복리 상품의 이자 차이는 금리가 높을수록,기간이 길수록 커진다.

예전에는 은행에도 복리 상품이 많았지만 은행들이 복리 상품을 점점 없애면서 최근에는 복리 상품을 찾기 어려워졌다. 고객들이 예금 고시금리를 따질 때는 복리보다 단리 금리가 숫자상으로 더 높다는 인상을 받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굳이 복리 상품을 유지할 유인이 없었다.

올 들어 신한은행이 '월복리 적금'이란 복리 상품을 시중은행 중 처음 내놓으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월복리 적금은 지난 5일 기준으로 출시 200일 만에 고객 40만명을 돌파했다. 신한은행은 월복리 상품이 인기를 끌자 적금에 이어 정기예금을 월복리 상품으로 출시했다. 기업이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월복리 기업적금'도 내놨다.

신한은행에 이어 농협도 '채움 월복리 적금'을 선보였다. 자유적립 방식으로 건별 10만원 이상 매월 500만원 이내에서 자유롭게 적립할 수 있다. 신한은행에 비해 납입할 수 있는 금액이 훨씬 크다. 기간별로 1년,2년,3년제를 선택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월복리 연금식 적금'을 지난 7월 출시했다. 월복리로 적립하고 연금처럼 노후에 수령할 수 있는 상품이다. 월부금 한도는 1000만원이며 5년 적립기간 후 거치 및 연금 지급 기간을 각각 5년 범위 내에서 고객이 연 단위로 선택할 수 있다. 연금 지급 기간을 설정하지 않고 5년제 복리식 정기적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1년 만기 'KB국민업 정기예금'을 내놨다. 가입 한도는 300만원이며 금리가 월복리로 매월 연 2.1%에서 연 5.8%로 계단식으로 상승한다. 만기 해지 전에 2회까지 분할 인출이 가능하며,중도 해지시에도 월 단위 예치기간에 대해서는 약정이율을 모두 받을 수 있다.

기업은행도 만기일을 6개월 이상 5년 이내에서 지정할 수 있고 최장 20년까지 자동으로 재예치하는 '월복리 자유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적금+펀드 복합상품

정기예금 및 적금에 펀드 등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상품을 결합한 복합 금융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국민은행은 주식시장 변동에 따라 적금과 펀드의 투자 비율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복합상품인 'KB 와이즈 플랜 적금&펀드'를 출시했다.

투자 성향에 따라 기본형 자유형 투자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기본형은 증시 변동에 따라 적금과 펀드의 투자비율이 6 대 4,5 대 5,4 대 6 등으로 자동 조정된다. 만약 펀드 자동이체일의 기준가가 평균매입기준가의 90% 미만이면 펀드는 6,적금은 4의 비율로 적립된다. 반대로 기준가가 평균매입기준가의 110% 이상되면 펀드 비중이 4로 자동으로 줄어든다. 자유형은 적금과 펀드의 분할 이체 비율을 고객이 조정할 수 있다.

예컨대 매달 100만원씩 저축하기로 했다면,가입 첫 달은 펀드와 적금에 각각 50만원씩 쌓인다. 한 달 후 주식시장 상황이 나빠져 펀드 매입 기준가가 한 달 전보다 떨어졌다면 펀드에는 60만원,적금에는 40만원이 들어간다. 반면 주식시장이 좋아지면 펀드에 40만원,적금에 60만원이 적립된다. 이때 적금은 1년 만기 금리가 최대 연 3.8%다.

펀드만 가입한 고객을 위한 투자형은 증시가 일정 비율 이상 하락하면 펀드를 추가로 사들이고,반대로 일정 비율 이상 상승하면 매수금액을 줄이게 된다.

지난 5월 기업은행이 출시한 'IBK 적금&펀드'는 적금 · 펀드 결합상품의 원조다. 지금까지 2만5000계좌,148억원어치가 팔렸다. 이 상품은 고객이 'IBK내맘대로적금'과 국내 주식형 펀드를 각각 가입하고 코스피 기준 지수 구간을 정하면 코스피지수 움직임에 따라 적금과 펀드 이체 비율이 자동으로 조정되면서 가장 유리한 투자 형태를 찾아간다. 가입할 시점의 이체 비율은 적금과 펀드 각각 50 대 50으로 자동 지정된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