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에서 어처구니없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창구 직원이 3년6개월에 걸쳐 총 79억원을 횡령했는데 그 수법이 너무나 원시적이었다. 다른 은행이 발행한 수표(타점권)를 입금하면서 금액을 부풀린 후 차액을 빼돌리는 방법을 쓴 것이다. 매일 매일 타점권과 현금 시재를 확인해야 하는 기본 수칙만 지켰더라도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점에서 충격스럽기까지 하다. 농협이 3년 넘게 반복된 타점권 부풀리기를 잡아내지 못한 것은 내부감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고객 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게 생명인 금융회사에서 이런 횡령 사고가 터졌다는 것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과연 내부통제 시스템이 있기나 한 것인지, 감독 당국은 무엇을 감시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농협은 개인 비리로 치부하는 모양이지만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내부 공모자가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내부감시 시스템을 책임지고 있는 관리자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얼마전 경남은행에서도 모 간부가 법인 인감과 은행장 인감증명서를 위조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관련,4400억원을 지급 보증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은행 측은 무려 2년간 가짜 지급보증서가 발급되고 있었는데도 감쪽같이 몰랐다. 역시 내부통제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신한금융 사태의 근저에도 취약한 내부관리 시스템이 도사리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이 확인했다는 라응찬 회장의 50억원 차명계좌나 검찰이 수사중인 자문료 횡령 의혹도 내부 관리가 규정대로 이뤄졌더라면 일찌감치 정리됐을 사안이다.

금융회사 직원은 고객이 맡긴 돈을 자신의 생명만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철저한 내부통제 시스템이고 직원들에 대한 끊임없는 교육이다. 이번 사고는 아직도 우리 금융회사와 직원들이 금융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감독 당국은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즉각 금융사 내부관리 시스템에 대해 일제 점검을 벌이고 시정조치를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