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새·동물의 변주…조선 명화는 詩가 되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정선 김홍도 등 조선 인기 화가 총출동…간송미술관, 17~31일 '화훼영모대전'
화(花 · 꽃),훼(卉 · 풀),영(翎 · 새의 깃털),모(毛 · 짐승의 터럭)는 동서고금의 화가들이 즐겨 그렸던 작품 소재다. 조선후기 진경(眞景)시대 '화훼영모'의 사생(寫生)화풍은 당시 사람들의 정서를 그대로 보여준다. 진경 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은 화훼영모와 필묵을 통해 인간의 정(情)과 자연의 경(景)을 응축시켜 사실주의 화풍을 개척했다.
겸재를 비롯해 단원 김홍도,공재 윤두서,현재 심사정,오원 장승업,혜원 신윤복 등 조선 시대 화가들의 화훼영모 및 초충(草蟲)을 리얼하게 그린 명작들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조선시대 문화재 중 엄선한 화훼영모 및 초충도 100여점을 오는 17일부터 31일까지 만날 수 있다.
최완수 간송미술관 실장은 "조선 전기 화훼영모화는 중국에서 들여온 주자 성리학을 이념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중국화풍을 모방한 데 비해 조선 성리학을 이념 기반으로 한 조선 후기 진경시대에 이르러서는 우리 고유의 미학을 드러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고유의 회화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조선시대 화훼영모화는 인조반정을 주도했던 조속에서 시작돼 겸재,화재(和齋) 변상벽과 현재 심사정을 거쳐 단원에 이르러 화려하게 피어난다. 겸재는 대상에 대한 과도한 집중과 묘사를 피하고 화훼영모 자체보다는 그것이 놓인 정경의 분위기를 포착해냈다.
이번에 나오는 전시품 중엔 값을 따질 수 없는 명품이 대거 포함돼 있고,작가의 면면도 화려하다. 그 중에서도 겸재의 '서과투서(西瓜偸鼠)'와 '추일한묘(秋日閑猫)'가 눈길을 끈다. '추일한묘'는 적당한 여백을 두고 시원스럽게 상하로 뻗은 국화가 화면의 절반을 차지하는데,그 아래 배치한 고양이로 짜임새 있는 화면을 구성했다. 늙은 나이에 고양이 잔터럭까지 세밀하게 그려낸 겸재의 세필을 엿볼 수 있다.
정선에게서 그림을 배운 현재의 화훼 영모화도 공개된다. 그의 '연비문행(燕飛聞杏)'은 제비가 날며 매화 향기를 맡는 장면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현재의 세심한 관찰력과 실사(實瀉)능력을 뛰어넘어 조선시대 미감을 유감없이 드러낸 작품이다.
풍속화의 대가 김홍도가 꽃과 동물을 소재로 그린 대표작도 대거 나온다. '황묘농접(黃猫弄蝶)'은 패랭이꽃이 활짝 핀 전원에서 노란 고양이가 나비를 놀리는 장면을 포착한 것.어미개 한 마리가 느긋하게 풀밭에 누워 강아지 두 마리를 바라보고 있는 '모구양자(母狗養子)',정겨운 까치가 기쁨을 알리는'쌍작보희(雙鵲報喜)',연꽃 위에서 짝짓기하는 고추잠자리를 그린 '하화청정'도 수작이다. 시중유화(詩中有畵 · 시 속에 그림이 있다)와 화중유시(畵中有詩 · 그림 속에 시가 있다)의 경계에 도달했다는 평을 받은 단원의 화력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이 밖에 초상화로 이름을 날린 화가 윤두서의 '군마(群馬)',풀을 뜯는 사슴을 그린 장승업의 '초원지록(蕉園芝鹿)',변상벽의 국화와 고양이를 그린 '국정추묘(菊庭秋猫)',한 쌍의 메추라기가 탐스러운 조 이삭을 쪼는 모습을 묘사한 최북의 '추순탁속',두 마리의 산양을 중국풍으로 그린 공민왕의 '이양도',이인문의 '낙타',깊은 산 속의 영지와 사슴을 그린 윤두서의 '심산지록',버들가지 위의 꾀꼬리를 그린 김득신의 '세류황사'도 놓치기 아깝다. 관람료는 없다. (02)762-044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겸재를 비롯해 단원 김홍도,공재 윤두서,현재 심사정,오원 장승업,혜원 신윤복 등 조선 시대 화가들의 화훼영모 및 초충(草蟲)을 리얼하게 그린 명작들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조선시대 문화재 중 엄선한 화훼영모 및 초충도 100여점을 오는 17일부터 31일까지 만날 수 있다.
최완수 간송미술관 실장은 "조선 전기 화훼영모화는 중국에서 들여온 주자 성리학을 이념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중국화풍을 모방한 데 비해 조선 성리학을 이념 기반으로 한 조선 후기 진경시대에 이르러서는 우리 고유의 미학을 드러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고유의 회화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조선시대 화훼영모화는 인조반정을 주도했던 조속에서 시작돼 겸재,화재(和齋) 변상벽과 현재 심사정을 거쳐 단원에 이르러 화려하게 피어난다. 겸재는 대상에 대한 과도한 집중과 묘사를 피하고 화훼영모 자체보다는 그것이 놓인 정경의 분위기를 포착해냈다.
이번에 나오는 전시품 중엔 값을 따질 수 없는 명품이 대거 포함돼 있고,작가의 면면도 화려하다. 그 중에서도 겸재의 '서과투서(西瓜偸鼠)'와 '추일한묘(秋日閑猫)'가 눈길을 끈다. '추일한묘'는 적당한 여백을 두고 시원스럽게 상하로 뻗은 국화가 화면의 절반을 차지하는데,그 아래 배치한 고양이로 짜임새 있는 화면을 구성했다. 늙은 나이에 고양이 잔터럭까지 세밀하게 그려낸 겸재의 세필을 엿볼 수 있다.
정선에게서 그림을 배운 현재의 화훼 영모화도 공개된다. 그의 '연비문행(燕飛聞杏)'은 제비가 날며 매화 향기를 맡는 장면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현재의 세심한 관찰력과 실사(實瀉)능력을 뛰어넘어 조선시대 미감을 유감없이 드러낸 작품이다.
풍속화의 대가 김홍도가 꽃과 동물을 소재로 그린 대표작도 대거 나온다. '황묘농접(黃猫弄蝶)'은 패랭이꽃이 활짝 핀 전원에서 노란 고양이가 나비를 놀리는 장면을 포착한 것.어미개 한 마리가 느긋하게 풀밭에 누워 강아지 두 마리를 바라보고 있는 '모구양자(母狗養子)',정겨운 까치가 기쁨을 알리는'쌍작보희(雙鵲報喜)',연꽃 위에서 짝짓기하는 고추잠자리를 그린 '하화청정'도 수작이다. 시중유화(詩中有畵 · 시 속에 그림이 있다)와 화중유시(畵中有詩 · 그림 속에 시가 있다)의 경계에 도달했다는 평을 받은 단원의 화력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이 밖에 초상화로 이름을 날린 화가 윤두서의 '군마(群馬)',풀을 뜯는 사슴을 그린 장승업의 '초원지록(蕉園芝鹿)',변상벽의 국화와 고양이를 그린 '국정추묘(菊庭秋猫)',한 쌍의 메추라기가 탐스러운 조 이삭을 쪼는 모습을 묘사한 최북의 '추순탁속',두 마리의 산양을 중국풍으로 그린 공민왕의 '이양도',이인문의 '낙타',깊은 산 속의 영지와 사슴을 그린 윤두서의 '심산지록',버들가지 위의 꾀꼬리를 그린 김득신의 '세류황사'도 놓치기 아깝다. 관람료는 없다. (02)762-044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