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통화 팽창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이 브라질 인도 한국 등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통화가치와 자산가격 상승이 신흥국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올 들어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순매수액은 주식 14조5000억원,채권 40조8000억원에 달하며,국채시장의 외국인 보유비중도 10%를 넘어섰다. 지난 주말 IMF 총회에서 보았듯이 중국을 둘러싼 환율분쟁은 쉽게 종식되기 어려울 전망이고,그 불똥이 우리나라와 같은 중소 경상수지 흑자국에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아 우려되는 상황이다.

1990년대에는 선진국의 투자자금이 아시아 등 신흥국에 유입되면서 과잉부채 문제와 외환위기를 초래했고,2000년대에는 신흥국의 경상수지 흑자에 힘입은 유동성이 선진국으로 환류하면서 주택시장 버블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진 바 있다. 2010년대 들어 이번 글로벌 유동성 흐름은 위기 이후 선진국과 신흥국 간 경기회복 패턴의 양극화 및 이에 따른 거시정책의 차별성에 기인하고 있다. 선진국의 저성장,저금리,통화 팽창에 따라 창출된 유동성이 경기 회복,금리 상승,통화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경상수지 흑자국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과도한 자본유입은 환율의 오버슈팅에 따른 경상수지 악화,인플레이션 압력 누적,자산 및 신용시장의 실물경제 괴리 등을 초래하며,통화정책 등 거시정책의 유효성을 약화시킨다. 아울러 단기 차입과 포트폴리오 자금 위주의 자본 유입은 언제나 이탈할 가능성이 상존하며 금리와 환율의 변동성을 높여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신흥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많지 않다. 소위 개방거시정책의 트릴레마로 알려진 바와 같이 환율 안정,자유로운 자본이동,재량적 통화정책이라는 세 정책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즉 자본이동을 통제하지 않는다면,통화가치의 급격한 상승을 막는 대신 통화 팽창과 인플레이션을 감수하거나,통화가치 절상을 용인하고 그 대가로 통화정책이라는 경기조절수단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의 정치경제적 비용이나 경상수지 악화에 따른 위험요인을 고려하면 두 정책목표 모두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대다수 신흥국들이 외환보유액의 확충을 통해 환율절상 속도를 조절해 왔으며 나아가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에서 보듯이 다양한 자본이동 제한 조치를 도입하거나 논의 중에 있다.

우리나라는 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으며 외환보유액도 이미 3000억달러에 근접하고 있어 추가적인 원화가치의 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1차적으로 환율변동의 유연성을 높여 원화 절상에 대한 압력을 점진적으로 해소해 나가면서 추가절상 기대에 따른 자본유입 유인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책당국은 자본이동 문제를 거시건전성 감독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자본이동이 초래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경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과도한 자본유입을 선제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유효한 거시감독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2008년에 경험한 바와 같이 금융회사의 해외자금조달 증가는 금융시스템의 위험을 확대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며 글로벌 유동성 변화가 국내 금융순환 변동으로 이어지는 핵심적인 연결고리가 된다. 따라서 금융의 경기순응성을 완화하는 차원에서도 자본유출입의 변동성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금융회사의 해외자금조달에 대해 은행세나 중앙은행 지준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주식 채권 등 포트폴리오 투자 형태의 자금에 대해서는 브라질과 같이 거래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함준호 < 연세대 교수·국제학 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