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미국 달러화 약세에 힘입어 다시 1110원대로 내려왔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인 지난 8일보다 3.6원 내린 1116.7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 달러화 약세 흐름에 하락 압력을 받으며 내림세를 이어갔다.

지난주 미국의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며 추가 양적완화에 기대감을 자극했다. 이에 미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나타냈다. 엔달러 환율은 15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며 81엔대까지 떨어졌고, 유로달러 환율은 1.4달러 부근까지 치솟았다.

지난 주말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9월 비농업부문 고용창출(신규 일자리)은 전월보다 9만5000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 월의 5만7000명 감소보다 그 폭을 크게 늘렸다. 앞서 시장에서는 5000명 감소를 예상했다. 그러나 부진한 고용지표 결과가 오히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가 양적완화 조치에 대한 기대감을 자극한 모습이었다.

미 달러화 약세에 전일종가보다 6.4원 떨어진 1114원에 첫 거래를 시작한 환율은 이내 추가 하락하며 장중 한때 1110원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급락세를 보이던 환율은 1110원에서 더 이상 내려가지 못하고 낙폭을 축소하며 1110원대 중반에서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오후 들어 정부의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와 관련한 소식이 퍼지면서 환율은 오름세로 돌아섰다. 역외 쪽 쇼트커버성(달러 재매입) 거래와 수입업체들의 결제 수요도 집중되면서 반등세를 거들었다.

환율은 장중 1122.8원까지 수직 반등했지만, 시장참가자들이 이내 진정세를 되찾았으면서 1110원대 중후반으로 다시 내려왔다. 수출업체의 네고물량 공급도 반등세를 가라앉히는 역할을 했다.

장 막판까지 비슷한 거래 수준에서 오르내리다가 1110원대 중반에서 장을 마쳤다. 이날 환율은 1110~1122.8원 사이에서 거래 범위를 기록했다.

변지영 우리선물 외환연구원은 "1110원대에 대한 거래 부담감과 당국의 개입 경계감을 확인한 장이었다"고 말했다.

변지영 연구원은 "달러 약세 흐름에 급락하던 환율이 1110원대 지지를 확인하며 낙폭을 축소했다"며 "아래쪽으로 향하던 시장 분위기가 한풀 꺾인 모습이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은 새로운 대외적인 불안요인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완만한 하락 추세를 이어갈 듯하다"며 "오는 14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동결'이나 '인상'으로 결정되더라도 일시적인 쇼트커버 이상의 추세 전환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16포인트(0.38%) 내린 1889.91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0.28포인트(0.06%) 하락한 496.80을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자는 890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환율 하락을 거들었다.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오후 3시59분 현재 1.3964달러에, 엔달러 환율은 81.97엔 거래 중이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