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사 대해부 1-2] 레이크 수장 김택동 "시대의 키워드를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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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키워드를 읽어라"
김택동 레이크투자자문 대표(47·사진)는 투자자문업계 수장 중 증권사 영업맨 출신으로 독보적인 존재다. 현대증권 직원들은 지금도 그를 '유퍼스트 대상'을 12회나 차지한 최고의 영업맨으로 기억하고 있다.
거대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출신이 주류로 포진하고 있는 자문업계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고 있지만 존재감을 나타내주는 성적표가 이 같은 비판을 무색케 하고 있다.
지난 2월 설립해 3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레이크투자자문은 설립 1년이 채 안된 9월말 현재 설정액 5000억원으로 자문업계 상위 랭킹 안으로 진입했다. 자문업계도 브로커리지 경험으로 무장해 자금 흐름을 정확히 꿰뚫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김 대표가 잘 나가던 증권사 자산운용본부장직을 내려 놓고 자문업계에 발을 디딘 것도 이러한 경험과 국내 금융서비스의 변화를 감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대증권 주식운용본부장과 자산운용본부장을 거치면서 성과도 냈고, 주요 증권사 중역이라는 셀러리맨들의 꿈도 조심스럽게 꿀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위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박차고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자문업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 시대의 키워드는 '그린산업과 소비대국 중국'
김 대표는 '시장의 키워드를 읽는 투자'를 강조했다.
과거 강세장에서 시대에 맞는 키워드를 제대로 집어냈던 투자자들은 상상할 수 없는 수익으로 보상을 받았지만 그렇지 못한 투자자는 도태되고 말았다는 것.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를 타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서 증시 상승을 리드할 강력한 키워도는 그린산업과 중국이 될 것이란 확신이 그를 자문업계로 이끌었다.
"1985년부터 4년여동안의 강세장은 저유가와 저금리, 엔화대비 원화약세라는 '3저(低) 현상'을 배경으로 건설과 무역, 금융업종 등 트로이카주(株)가 키워드로 각광받았습니다. 당시 코스피 상승률은 무려 514%였습니다. 그 다음으로 외국인 주식투자가 허용된 1992년부터 2년 동안 저 PER주(주가수익비율)와 블루칩 혁명이 일어났고, 1998년부터는 IT(정보기술)와 벤처기업 붐으로 전기전자 업종과 벤처기업들이 시대의 주류를 형성했습니다"
코스피지수가 2000을 찍었던 2003년부터 2007년 10월까지는 중국을 중심으로 '브릭스'가 부각되면서 철강 조선 해운으로 대표되는 중국주가 시장을 이끌었고, 펀드로 대변되는 간접투자 열풍도 불었다는 것.
하지만 이제 시대는 변했고 당시 묻지마 펀드투자에 나섰던 자금들은 극심한 '펀드통'을 겪으며 환매행렬에 지속적으로 동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30년간의 강세장을 분석해 보면 시대에 맞는 중요한 키워드 관련 주식들이 시장의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지난해 3월 이후 시작된 새로운 강세장의 키워드는 그린산업과 중국입니다. 그린산업은 오바마의 정책을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금융위기 직후 경험한 고유가의 트라우마가 산업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중국인데 중국은 이제 '세계의 제조공장'이 아니라 '세계의 소비처'로서 주목받을 것입니다"
중국인들이 씻기 시작하면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괄목할만한 실적을 내기 시작했고, '마이카 시대'가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중국시장에서 선도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실제 레이크투자자문이 그린산업과 중국소비 관련주들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시장의 중심에 선 투자'를 운용철학으로 내세우고 있다. 시장의 변두리에서 비겁하게 승부하지 않겠다는 것에 더해 시장에 겸손하겠다는 표현이라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시장의 중심에 선다는 것은 시대의 키워드를 읽으면서 주류에 서서 투자에 임하겠다는 마음 자세를 말한 것입니다. 바꿔말해 '미스터 시장'을 인정하고 겸손한 투자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아집을 버리고 유연하게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것이지요.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알면 편안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겁니다"
시장을 읽는 키워드가 그린산업과 중국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한정된 분야로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느냐는 우문에는 '투자의 기회는 많다'는 현답으로 되돌아왔다.
"녹색산업이라는 개념도 발전합니다. 지난해에는 2차전지와 발광다이오드(LED), 전기차가 주목받다면 올해는 전자소재와 태양광이 부각되고 상호 컨버전스되는 제품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시세가 붙어 가격이 비싸진 종목은 일단 비중을 줄이고, 대기업들이 투자계획을 발표했거나 직접 플레이어로 새롭게 진입하는 아이템을 눈여겨 보는 것입니다. 종목 발굴에는 어려움을 겪지 않습니다. 투자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밝게 바라봤다. 새로운 상승국면에 이미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더블딥'(이중침체) 등 비관론이 여전히 팽배해 있는 상황이지만 국내 증시는 이미 새로운 상승기에 들어섰다는 생각입니다. 주가가 오르는 핵심 요인은 첫째가 경기모멘텀이고 다음이 기업실적, 마지막이 유동성입니다. 유래없는 세계적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고 있고, 경기 또한 미국과 유럽이 아닌 중국과 인도, 브라질, 한국이 견인해 나가고 있습니다" ◆ 자문사 강점은 고객과의 스킨쉽
김 대표는 1대 1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인 자문업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자문업은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부동산경기 침체와 베이비 부머의 은퇴시작, 초저금리 시대의 연장이 새로운 형태의 금융서비스 시장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생 자문사지만 성공을 예감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소통'을 내세웠다.
"사실 거대 자산운용사들은 고객을 잘 모릅니다. 누가 자신이 가입한 펀드를 운용하는지도 제대로 모르지요. 하지만 자문사는 고객과 긴밀한 소통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신뢰감을 줄 수 있다는 얘깁니다. 자문업계에서 거의 유례가 없을 정도로 증권회사 리테일 경험이 있습니다. 사실 여기까지 오는데는 그것이 주효했습니다. 개인 고객들의 요구와 기대치를 정확히 알기 때문이죠"
레이크투자자문은 대체로 1년 자문계약을 맺지만 중도에 급전히 필요하거나 원하는 수익을 냈을 경우 해지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잔여기간의 수수료를 돌려주는 독특한 시스템도 도입했다. 자문업이 고객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업이라는 김 대표의 확신 때문이다.
"고객들이 레이크투자자문을 믿어주면 저희는 수익률로 보상해 드립니다. 백전백승은 할 수 없겠지만 믿음 위에서 수익은 커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는 현대증권 영업점 지점장으로 12회 연속 '유퍼스트 대상'을 수상했던 저력의 기저에는 시장에 대한 겸손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느날 갑자기 뜬 가수가 아니라 성과를 꾸준히 이어가는 신뢰할 수 있는 자문사가 되겠다는 얘기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