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대형주들이 11일 일제히 떨어졌다. 삼성전자가 사흘째 하락(-0.66%)했고 LG디스플레이(-3.83%) 하이닉스(-4.89%)는 급락했다. 하이닉스는 이날 하이투자증권이 '중립'에서 '매수'로 높여 장 초반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매도' 의견을 담은 리포트를 내놓아 하락 반전했다. IT주 약세로 코스피지수는 7.16포인트(0.38%) 내린 1889.91로 밀려 1900선이 깨졌다.

코스피지수가 연내 2000선 돌파를 시도할 것이란 낙관론이 우세하지만 IT주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조정을 받을 만큼 받은 IT주가 조만간 반등해 '코스피지수 2000시대'를 열 것이란 긍정론과,당분간 부진에서 벗어날 모멘텀이 없다는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엇갈리는 IT주 업황 전망

이 같은 이견은 글로벌 IT업황에 대한 시각차에서 비롯됐다. IT주 반등론자들은 글로벌 수요가 조만간 바닥을 찍을 것이란 주장이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미국 중국의 최근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보면 기업의 IT제품 구매심리가 생각보다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며 "D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지금보다 조금 더 떨어지면 낮은 가격이 수요를 창출하는 '매직 프라이스'에 진입한다"고 분석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위원도 "IT주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재고 문제"라며 "미국의 연말 쇼핑시즌을 거치면서 재고가 소진되고,내년 상반기 중국의 춘절을 앞두고 강한 수요가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경제신문이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돌파한 지난 6일 실시한 긴급 진단에서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향후 주도주로 IT주를 꼽은 것도 이런 전망을 근거로 한 것이다. 그동안 IT주를 집중 매도하던 외국인도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의 비중을 조금씩 높이며 반등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신중론자들은 글로벌 수요가 단기간 내 회복되긴 힘들다고 본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선진국 경기가 더블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는 많이 줄었지만 IT제품에 강한 수요가 붙을 만큼 회복세라고 보기엔 시기상조"라며 "최근의 환율 급락도 환율민감도가 높은 IT주에는 부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반등 시 삼성전자 하이닉스 주목

IT주 매수 타이밍을 보는 시각도 차이가 크다. 이 팀장은 "향후 3개월을 보면 현재 IT주 주가는 수익을 낼 수 있는 매력적인 구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12개월 예상 순이익(9월 말 현재)을 기준으로 한 IT업종 주가수익비율(PER)은 7.9배로,소재(9.6배) 산업재(10.3배) 등은 물론 유가증권시장 평균(9.0배)보다 훨씬 낮다. 이에 반해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3분기 어닝시즌이 끝나고 내년 이익에 대한 윤곽이 잡히기 시작하는 11월 말께 사도 늦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IT주가 반등하더라도 '빅5'의 반등 시기와 폭은 차별화될 것이란 진단이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반등 시 선두에 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반도체업체들의 이익전망치는 지난달 이후 횡보하고 있지만 LG전자 같은 완성품 업체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며 "반도체 업체들이 먼저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8월 말 전망 때와 비교해 7.57%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LG전자 전망치는 같은 기간 851억원 흑자에서 45억원 적자로 바뀌었다. 삼성전기는 LED산업 전반에 대한 공급 과잉 우려가 높아 가장 늦게 상승 대열에 합류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반등 시 상승폭도 클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12개월 목표주가 컨센서스(평균)와 현재 주가와의 괴리율은 삼성전자가 37.04%,하이닉스가 45.09%여서 LG전자(28.21%)나 LG디스플레이(26.65%)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