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매시장에 '반값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로 투자자들의 초기 입찰참여가 크게 저조해지면서 유찰 횟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이날부터 3일간 전자공매시스템인 온비드(www.onbid.co.kr)를 통해 이뤄지는 401건의 공매에선 184건(45.8%)이 감정가격의 50% 이하 매물로 나타났다. 감정가의 60~70%에 공매되는 매물도 73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토지 · 상가 등 비주거용을 뺀 아파트 · 빌라 등 '반값 주거용 매물'은 서울 방배동 e편한세상 3차(전용면적 274㎡)를 비롯해 68건이나 됐다. 방배 3차 e편한세상 1층이 공매 초기 24억원에 매물로 나왔으나 다섯 번 유찰 끝에 12억원에 입찰가가 매겨졌다. 감정가 9300만원짜리 망원동 해오름빌라(42㎡형)도 입찰 예정가격이 4650만원까지 낮아졌다. 서울 성수동 아스테리아 오피스텔 43㎡형은 최초 1억3500만원이었으나 6750만원까지 하락했다.

투자 수요층이 취약한 비주거용 물건들의 입찰가격 하락폭은 더욱 크다. 감정가의 25~45%까지 떨어진 물건이 116건에 달했다.

서울 중화동 태능시장 주상복합빌딩의 상가 점포(53㎡ · 2층)는 감정가의 35% 선인 5억7400만원에 나왔다.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근린상가인 세성프라자(443㎡형)도 초기 입찰가(31억64만원)의 35% 선인 11억740만원까지 떨어졌다. 안산시 고잔동 뉴골드타운 상가 점포(280㎡ · 지하1층)는 초기 매각가의 25% 선(1억2800만원)까지 내려갔다.

투자 수요가 많지 않은 임야 · 대지 · 전답 등 토지는 수도권에서도 시세의 반값 이하로 떨어진 물건이 넘쳐난다. 화성시 봉담읍 유리 대지(62㎡),평택시 포승면 도곡리 대지(366㎡) 등은 감정가의 45% 선에서 주인을 찾고 있다. 의정부시 산곡동 1601㎡ 임야는 감정가의 35%(1681만원) 선에 입찰에 올려졌다.

공매물건은 한 번 유찰 때마다 10%씩 입찰 예정가격이 떨어진다. 캠코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10억원 이상 고가 주거시설과 빌딩 등은 세 차례 이상 유찰돼야 입찰자들이 생기기 시작한다"며 "중소형 저가 아파트는 최근 전셋값이 오르면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