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용 펌프를 생산하는 브라질 기업 셈코는 신입사원에게 1년간 회사의 모든 부문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또 모든 직원이 무슨 이유로든 3년간 휴직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업무에 대한 최적의 판단은 직원 개개인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한 이른바 '자기경영'이다. 셈코는 이 같은 자기경영을 통해 한때 연 4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셈코와 달리 많은 기업들은 자율과 소통보다는 관리와 통제를 중심으로 인력을 운영한다. 그래야만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력 운영의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나친 관리와 통제 중심의 경영은 자칫 기업의 핵심 요소가 사람이라는 점을 간과할 위험이 있다. 이는 조직원의 자발적 몰입과 충성심을 떨어뜨리고,우수 인력이 회사를 떠나게 만들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21세기 창조경영 시대에는 인간의 지적(知的) 능력을 기반으로 한 가치 창출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다. 다른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해진 시점에서 기업은 직원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본주의(humanism) 경영을 통해 지속 성장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인본주의 경영의 첫 번째 조건은 경영자와 직원 간의 신뢰다. 신뢰는 명령과 통제가 아닌 자유와 자율의 문화를 구현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촉진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직원의 무한한 잠재성을 이끌어내고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영진은 직원을 믿고 과감하게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 회사가 'plan-do-trust',즉 계획하고 실천하고 믿는다면 직원은 'plan-do-see',즉 계획하고 실천하고 스스로 점검하는 자발적인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직원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부심은 조직원을 즐겁게 하고 조직원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원천이다. 자부심은 '자기통제'를 가능케 해 특별한 규정이나 규율이 없더라도 직원이 회사가 지향하는 바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한다. 상사는 부하 직원의 업무에 의미를 부여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이 사회적으로 좋은 평판을 받으면 조직원의 자부심도 자연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세 번째 조건은 회사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다. 회사의 성장 비전과 핵심 가치를 공유할 때 직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리더십 컨설턴트인 제임스 쿠제스는 공유가치가 있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4배의 수익을 올린다고 분석했다.

마쓰시타전기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사람을 올바르게 대접하면 기업이 잘 되고 세상이 풍요로워지고 평화도 이룬다"고 말했다.

사람이 기업의 핵심이라는 그의 경영철학이 담긴 말이다. 직원을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신뢰 자부심 가치공유 등의 조건을 갖추는 기업만이 창조경영 시대에 지속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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