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3차 환율大戰] (10) G2 보호무역 공방…자국경제 살리려다 '공멸 부메랑'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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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끝…후유증이 더 무섭다
수출·일자리 늘리려 통화절하…대공황 부른 보호주의 비슷
신흥국 자산버블 조짐 뚜렷 '서든스톱' 땐 쇼크 불 보듯
수출·일자리 늘리려 통화절하…대공황 부른 보호주의 비슷
신흥국 자산버블 조짐 뚜렷 '서든스톱' 땐 쇼크 불 보듯
1929년 9월29일 주가 폭락으로 실업자가 급증하고 산업생산이 크게 줄자 미국 공화당 소속의 리드 스무트와 윌리스 홀리 의원은 1930년 새로운 관세법을 발의했다. 2만여개 수입품에 대해 최고 400%,평균 59%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는 게 골자였다. 이른바 '스무트 홀리 관세법'은 허버트 후버 미 대통령이 1930년 6월17일 서명해 발효됐다.
미국의 산업과 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시행된 이 법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대공황(Great Depression)으로 밀어넣었다. 1929년 52억달러였던 미국의 수출은 1932년 16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세계 무역액도 360억달러에서 120억달러로 급감했다. 20여개 교역국들이 보복에 나선 결과였다.
◆제 발등 찍은 '근린궁핍화 정책'
영국의 여성 경제학자 J V 로빈슨은 1937년 저서 '실업이론에 관한 논의'에서 이 같은 미국의 정책을 '근린궁핍화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이 말은 상대방 카드를 모두 빼앗는 트럼프 게임에서 나왔다. 로빈슨은 다른 나라를 희생시켜 자국의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임으로써 경기 회복과 고용을 유지하려 하는 정책을 이렇게 지칭하면서 '이웃을 거지로 만들어 내가 살겠다는 욕심'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근린궁핍화 정책이 경기 침체기에 나타나며 통화가치 절하,관세 부과,수출보조금 지급,수입할당제 등의 조치가 쓰인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촉발시킨 3차 환율전쟁은 '근린궁핍화 정책'의 속성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향후 5년간 수출을 2배 늘리고 일자리를 200만개 창출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수출을 늘리자니 중국 위안화 등의 평가절상이 필요하고,환율조작 의심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안'을 마련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 법안에 찬성한 미국 하원의원들은 법안이 시행되면 일자리가 100만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고 높아지는 보호무역주의
미국의 이 같은 계산은 다른 나라들이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때 가능한 얘기다. 한 나라가 보호무역을 펴면 상대국이 보복을 하는 것은 1930년대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지난달 16일 중국의 카드업체 차별과 철강제품 관세 부과 등 2건에 대해 불공정무역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중국이 곧바로 응전에 나섰다. 중국은 지난달 26일 미국산 닭제품에 대해 50.3~105.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했다.
그러자 미국이 바로 다음날 보복에 나섰다. 중국산 동(銅)파이프와 튜브에 대해 최고 61%에 육박하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중국산 동파이프와 튜브에 부과된 반덤핑 관세율은 11.25~60.85%이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상대국이 보호무역주의를 택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환율개혁법안'에 대해 WTO 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무트 홀리 관세법으로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계란은 1만3000다스에서 8000다스로 줄었지만 캐나다의 보복으로 캐나다로 수출되는 미국 계란은 92만다스에서 1만4000다스로 급감했다"며 "보호무역은 역효과를 부를 뿐이며 전 세계를 궁핍으로 몰고 가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우려되는 신흥국 거품
신흥국의 주가 채권값 통화가치가 뛰는 것도 문제다. 우선 버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IBRD) 총재는 "저금리와 통화팽창 정책에 따른 과잉유동성이 신흥국가로 흘러들어가 자산 거품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급반전하는 '서든스톱(sudden stop)'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서든스톱이란 신흥국으로의 자본 유입이 갑자기 중단되고 뒤이어 대규모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을 말한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1999년 러시아 모라토리엄,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주로 신흥국에선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
2008년 9월 미국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뒤 한국에선 그해 연말까지 500억달러가 이탈했다. 원 · 달러 환율은 900원 안팎에서 1600원 근처까지 뛰었다. 그리스 재정위기 등 작은 위기에도 신흥국은 크게 휘청거렸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라질은 과도한 외국자본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금융거래세를 최근 2%에서 4%로 인상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환율이 급락해 경상수지가 악화되면 작은 충격에도 상황이 급반전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금융당국이 지나친 쏠림을 방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미국의 산업과 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시행된 이 법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대공황(Great Depression)으로 밀어넣었다. 1929년 52억달러였던 미국의 수출은 1932년 16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세계 무역액도 360억달러에서 120억달러로 급감했다. 20여개 교역국들이 보복에 나선 결과였다.
◆제 발등 찍은 '근린궁핍화 정책'
영국의 여성 경제학자 J V 로빈슨은 1937년 저서 '실업이론에 관한 논의'에서 이 같은 미국의 정책을 '근린궁핍화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이 말은 상대방 카드를 모두 빼앗는 트럼프 게임에서 나왔다. 로빈슨은 다른 나라를 희생시켜 자국의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임으로써 경기 회복과 고용을 유지하려 하는 정책을 이렇게 지칭하면서 '이웃을 거지로 만들어 내가 살겠다는 욕심'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근린궁핍화 정책이 경기 침체기에 나타나며 통화가치 절하,관세 부과,수출보조금 지급,수입할당제 등의 조치가 쓰인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촉발시킨 3차 환율전쟁은 '근린궁핍화 정책'의 속성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향후 5년간 수출을 2배 늘리고 일자리를 200만개 창출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수출을 늘리자니 중국 위안화 등의 평가절상이 필요하고,환율조작 의심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안'을 마련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 법안에 찬성한 미국 하원의원들은 법안이 시행되면 일자리가 100만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고 높아지는 보호무역주의
미국의 이 같은 계산은 다른 나라들이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때 가능한 얘기다. 한 나라가 보호무역을 펴면 상대국이 보복을 하는 것은 1930년대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지난달 16일 중국의 카드업체 차별과 철강제품 관세 부과 등 2건에 대해 불공정무역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중국이 곧바로 응전에 나섰다. 중국은 지난달 26일 미국산 닭제품에 대해 50.3~105.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했다.
그러자 미국이 바로 다음날 보복에 나섰다. 중국산 동(銅)파이프와 튜브에 대해 최고 61%에 육박하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중국산 동파이프와 튜브에 부과된 반덤핑 관세율은 11.25~60.85%이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상대국이 보호무역주의를 택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환율개혁법안'에 대해 WTO 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무트 홀리 관세법으로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계란은 1만3000다스에서 8000다스로 줄었지만 캐나다의 보복으로 캐나다로 수출되는 미국 계란은 92만다스에서 1만4000다스로 급감했다"며 "보호무역은 역효과를 부를 뿐이며 전 세계를 궁핍으로 몰고 가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우려되는 신흥국 거품
신흥국의 주가 채권값 통화가치가 뛰는 것도 문제다. 우선 버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IBRD) 총재는 "저금리와 통화팽창 정책에 따른 과잉유동성이 신흥국가로 흘러들어가 자산 거품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급반전하는 '서든스톱(sudden stop)'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서든스톱이란 신흥국으로의 자본 유입이 갑자기 중단되고 뒤이어 대규모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을 말한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1999년 러시아 모라토리엄,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주로 신흥국에선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
2008년 9월 미국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뒤 한국에선 그해 연말까지 500억달러가 이탈했다. 원 · 달러 환율은 900원 안팎에서 1600원 근처까지 뛰었다. 그리스 재정위기 등 작은 위기에도 신흥국은 크게 휘청거렸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라질은 과도한 외국자본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금융거래세를 최근 2%에서 4%로 인상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환율이 급락해 경상수지가 악화되면 작은 충격에도 상황이 급반전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금융당국이 지나친 쏠림을 방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