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5 · 미국)가 5년 넘게 지켜온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자리에서 내려온다. 우즈의 '왕좌'를 물려받게 될 선수는 유럽의 '간판' 리 웨스트우드(37 · 잉글랜드).'왼손잡이' 필 미켈슨과 마르틴 카이머(독일),스티브 스트리커(미국)도 근소한 차이로 우즈와 웨스트우드를 쫓고 있어 세계 남자골프는 당분간 군웅할거 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11일(한국시간) 끝난 유러피언투어 알프레드 던힐 링크스챔피언십에서 공동 11위를 차지하며 랭킹 포인트를 끌어올린 웨스트우드가 3주 후인 다음 달 1일 발표되는 세계랭킹에서 1위에 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웨스트우드가 랭킹 1위에 오르면 우즈는 282주 만에 세계 '넘버 원'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 우즈는 2005년 6월12일 이후 278주 동안 랭킹 1위를 지켜왔으나 성추문 파동과 이혼을 겪으면서 추락을 거듭했다. 11일 발표된 랭킹에서 우즈는 8.68점,웨스트우드는 8.36점으로 둘의 간격은 0.32점이다.

웨스트우드가 3주 후 랭킹 1위를 '예약'한 것은 랭킹 포인트 부여 방식에 근거를 두고 있다. 1986년 도입된 세계랭킹 포인트는 최근 2년간 성적을 토대로 정해지며 4대 메이저대회와 미국 유럽 호주 일본 남아공 아시안투어의 대회 가중치로 산정된다. 최근 13주 이내 대회 결과에 가중치가 붙고 대회에 출전하지 않으면 매주 포인트의 1.1%를 삭감하는 방식이다.

다음 달 4일까지 우즈와 웨스트우드의 대회 출전 계획은 없다. 지난주를 비롯 최근 우즈의 대회출전 횟수가 적었기 때문에 포인트 삭감폭도 커진다. 발목 부상중인 웨스트우드는 "빨라야 다음 달 4일 중국에서 열리는 월드골프챔피언십 HSBC챔피언스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즈 역시 HSBC챔피언스 이전에는 대회에 나갈 계획이 없다. HSBC챔피언스에는 우즈,웨스트우드,미켈슨 외에도 그레엄 맥도웰,로리 매킬로이(이상 북아일랜드),양용은 등 강호들이 출전할 예정이다.

웨스트우드가 랭킹 1위에 오르면 베른하르트 랑거(독일),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그레그 노먼(호주),닉 팔도(잉글랜드),이안 우즈넘(웨일스),프레드 커플스(미국),닉 프라이스(짐바브웨),톰 레이먼(미국),어니 엘스(남아공),데이비드 듀발(미국),비제이 싱(피지)에 이어 13번째로 세계 1위 선수가 된다.

웨스트우드가 1위를 차지하더라도 HSBC챔피언스 결과에 따라 다시 순위가 바뀔 수는 있다. AP통신은 "남자골프 톱랭킹은 우즈가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않는 한 당분간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