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사이에 환율전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11월 중간선거(연방의회 및 주지사 일부)를 앞두고 미 민주당과 공화당이 중국을 '동네북'인 양 경쟁적으로 때리기에 나서며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오하이오주 연방하원 의원인 잭 스페이스는 공화당 후보인 밥 기브스를 비난하는 선거광고를 TV에 냈다. 중국을 상징하는 거대한 용(龍)이 화면에 등장해 "고마워요,기브스"라고 중국말로 감사를 표시하는 내용이다. 기브스 후보가 오하이오 주민들의 일자리를 중국에 빼앗기게 하는 자유무역정책을 지지했다고 부각시킨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들이 선거광고전에서 중국을 희생양이나 샌드백으로 등장시키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지난주에는 29명의 후보들이 상대 후보가 친(親)중국적이어서 미국인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광고를 실은 것으로 집계됐다. 관련 광고비는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캘리포니아주 연방상원 의원 선거에 도전하는 바버라 박서와 칼리 피오리나 후보는 서로 미국의 일자리를 중국에 넘겨줬다며 비난했다.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출마한 스파이크 메이너드 공화당 후보는 닉 라할 민주당 의원이 중국에서 풍력터빈과 관련한 일자리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법안을 지지했다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양당의 중량급 의원들도 '중국 때리기'를 활용한 선거전에 가세했다. 민주당의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 6일 광고에서 공화당 후보인 샤론 앵글을 맹공했다. 광고는 중국의 공장 노동자들을 보여주면서 앵글을 '외국인 노동자들의 베스트 프렌드'라고 몰아세웠다. 앵글이 해외에 아웃소싱하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법인세 면세 조치를 지지하는 바람에 중국과 인도에 일자리 아웃소싱이 늘어났다고 주장한 것이다.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 원내대표는 8일 오하이오주 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을 겨냥했다. 그는 "두 사람이 미국 내에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고 중국에 일자리를 내주는 경기 부양을 했다"고 공격했다.

양당의 이 같은 '중국 악당 만들기' 선거전은 다분히 전략적이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봄 자체 여론조사에 고무돼 후보들에게 중국 이슈를 부각시키도록 권장했다. 당시 조사 결과는 유권자들이 중국에 일자리를 유출하는 기업들을 위한 세금 감면 조치를 철폐하길 강력히 원한다는 분석을 담았다.

미국과 중국 간 첨예한 환율전쟁은 이런 선거전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 미국민들의 대(對)중국 위기의식까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 실시된 퓨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세계를 이끄는 경제대국으로 중국을 꼽은 미국인이 41%나 됐다. 미국이라는 응답자는 이보다 적었다.

하지만 양당 선거광고전이 미국민들의 대중국 적대감을 확대시켜 두 나라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로버트 캅 전 미 · 중무역전국위원회 회장은 "과거 양국 간 긴장 관계가 심했을 때도 중국이 이처럼 미국 정치인들 사이에 동네북이 된 적이 없다"고 개탄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