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경기 침체로 미국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 보도했다.전기 수요가 줄고 있는 데다 석유나 가스 등 원자력과 경쟁하는 화석연료 가격도 떨어지면서 서둘러 원자로를 건설해야 할 필요성이 적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신문은 수년 전만 해도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의 전망이 밝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고 지적했다.컨스텔레이션 에너지는 최근 메릴랜드 새 원자로 건설 사업에 대한 대출 보증 수수료를 둘러싸고 연방 정부와의 협상이 난관에 부딪쳤다고 밝혔다.정부가 대출 보증의 대가로 대출금 76억달러의 11.6%인 8억8000만달러의 수수료를 책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컨스텔레이션에너지 측은 “놀라울 만큼 큰 금액” 이라며 차라리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이처럼 보증 수수료가 높아진 것은 원자로 건설 사업의 여건이 매우 나빠졌음을 반영한다.

미 에너지부는 기본적으로 원자로 건설 사업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이 회사가 당국의 지급보증을 원한다면 비싼 수수료를 내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컨스텔레이션 측은 정부의 요구가 이례적으로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수개월 동안 미국 내 원자로 건설을 준비중인 기업들 상당수가 사업 계획을 유보하고 있어 원자로발전소 건설의 경제성에 대해 답을 줄만한 주체는 정부 밖에 없는 상황이다.원자력연구소의 스캇 피터슨 대변인은 원자로 건설이 지연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제 상황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원자로 사업 여건 악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전기 수요의 감소를 들 수 있다.전기 수요는 2007년 정점에 달한 뒤 지난해 2007년 대비 4% 감소했다.올해는 지난해보다 증가세지만 2007년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매년 전기 수요가 1∼3% 늘던 상황에 익숙해있던 업계에선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천연가스 가격 급락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경기침체가 시작된 2008년의 경우 천연가스는 100만BTU 당 7.96달러였으나 작년에 3.71달러로 급락했다.올 상반기에는 4.43달러 수준을 맴돌고 있다.경제가 회복되면 전기 수요가 늘고 천연가스 가격도 상승하겠지만 가스 시추 기술이 발전하면서 채굴 가능한 가스의 양도 많이 늘었기 때문에 이전 가격 수준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미 의회가 기후변화 관련 법안에 대해 소극적인 원자로 건설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이 법안은 이산화탄소 발생에 대해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통과될 경우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원자력 업계가 반사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제가 지지부진하자 의회가 새 법안 통과를 반기지 않고 있다.

에너지부 대변인은 컨스텔레이션 측과의 협상은 아직 진행중이라며 “컨스텔레이션 측이 정부의 최종 제안을 검토해 클린 에너지 경제를 구축하고 새 일자리도 만들 수 있는 원자로 사업을 계속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