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장세가 실적 장세로까지 이어져 증시의 상승 랠리를 뒷받침하긴 힘들 전망이다. 증권사들이 잇따라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를 낮추고 있어서다. '어닝 시즌'의 첫 포문을 연 삼성전자가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표를 꺼내 들자 시장의 자신감이 크게 떨어졌다.

실적이 예상만 못 할것으로 우려되는 업종은 주로 내수ㆍ소비쪽이다. 국내 기업 실적을 이끌고 있는 IT(정보기술)의 경우 재고 우려로 눈높이가 많이 낮아졌지만, 내수ㆍ소비재는 기대감이 컸었다. 하지만 막상 실적 발표가 임박하자 증권사들은 슬그머니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은행이 대표적이다. 지난 2분기 대손충당금을 워낙 많이 쌓아 '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한 국내 은행은 3분기에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최근 컨센서스(증권사 실적 예상치 평균)가 계속 낮아지고 있어 다시 우려감이 커졌다.

동부증권은 12일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외환 등 6개 시중은행의 3분기 당기순이익 추정액을 기존 2조4536억원에서 2조361억원으로 낮췄다. 이는 전분기 대비 14.3% 감소한 것이다. 은행 수익성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순이자마진(NIM) 개선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데다 금융감독 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대한 충당금 모범규준을 제시, 추가적인 충당금 부담도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2분기 1조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은 탓에 적자를 냈던 KB금융은 3분기에 5000억원을 웃도는 순이익이 기대됐지만, 충당금 부담 탓에 순이익 추정치가 2027억원으로 낮아졌다고 이 증권사는 전했다.

통신주도 치열한 마케팅 경쟁으로 인해 실적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이날 통신주의 3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보다 5~10% 가량 밑돌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최근 통신사들의 마케팅 비용 통제에 나서면서 실적 기대가 있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큰 효과는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 증권사 최남곤 연구원은 "번호이동 규모가 3분기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고, 갤럭시S와 아이폰4 등 고가 스마트폰 위주로 마케팅 경쟁을 했기때문에 1인당 마케팅 비용 부담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진창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3분기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16.4% 하회하는 5477억원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11.5% 감소한 것이다.

현대홈쇼핑이 성공적으로 기업공개(IPO)를 진행, 주목을 끌었던 홈쇼핑주도 실적 우려가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날 3분기 GS홈쇼핑의 영업이익을 컨센서스 261억원보다 적은 253억원으로 추산했고, 하이투자증권은 CJ오쇼핑의 3분기 영업이익을 시장 기대치(300억원)보다 낮은 281억원으로 예상했다.

또 신한금융투자는 LG패션한섬 등 의류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돌 것으로 우려했고, 유진투자증권은 대한항공이 3분기 36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둬 기대만큼 많은 이익을 거두지는 못 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밖에 LG이노텍 LG전자 등 가뜩이나 실적 우려가 큰 IT 기업들에 대해서도 부정적 전망이 추가됐다. 삼성증권은 이날 LG이노텍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33.5% 감소한 572억원으로 컨센서스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IBK투자증권은 LG전자가 3분기 2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낼 전망이라며 보수적 관점으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 8월부터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는 꾸준히 낮아졌으나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개별 기업들의 '서프라이즈' 실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라며 "정유, 에너지, 조선 등 일부 업종은 오히려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실적 개선 업종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