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11일 일본 아사히TV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3대 세습에 반대한다"고 밝힌 데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생존을 위한 일종의 '제스처'로 풀이하고 있다. 김정남은 인터뷰에서 "3대 세습에는 반대하지만 김정은을 돕겠다"는 식의 모순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3대 세습에 반대한다는 것은 서양 문화에 익숙한 김정남이 바깥에서 북한을 보는 시각을 반영해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은 "자신이 후계자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해 국제 사회의 보편적인 생각인 3대 세습 반대로 서운함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조 소장은 "김정남의 미래는 전적으로 김정은에게 달려 있다"며 "물질적 · 정치적 혜택을 계속 받아야 하는 그로서는 3대 세습에는 반대하지만 김정은을 돕겠다는 모순된 표현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3대 세습 반대 발언은 북한의 권력 내부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위치에 대해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남은 '북조선'이나 '공화국'이라는 표현 대신 '북한'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김정남은 김 위원장과 2002년 숨진 성혜림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이며 김정은의 이복형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