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의 한나라당 A의원은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참모진을 철수시켰다. 7명 중 2명만 연락을 위해 사무실에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지역구로 내려보낸 것이다.

"국정감사가 중요하긴 하지만 지역구 상황이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게 A의원의 설명이다. "19대 총선(2012년 4월)까지는 아직 18개월이나 남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모르는 말씀"이라고 했다. 지난 6 · 2 지방선거 대패로 지방자치단체장과 의회를 야당에 빼앗긴 뒤 공약 사업들이 모두 올스톱될 상황이라는 것이다. 공약 사업을 하나라도 건지려면 야당 기초단체 의원들과 지금부터 싸움을 벌여야 하고,이게 실패하면 다음 선거는 치르나마나한 게 된다는 얘기였다. A의원은 국감이 끝나면 저녁에도 부리나케 지역구로 달려간다.

재선의 B의원은 사석에서 동료 C의원을 험담하는 경우가 잦다. 비례대표인 C의원이 다음 총선 때 자신의 지역구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해서다. B의원은 C의원의 정치적 성향과 개인 사생활까지 들먹이며 "오래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단언했다. C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B의원의 지역구를 탐색하고 있다. 직접 가가호호 방문해 동향을 알아보기 힘드니 보좌관 등을 통해 여론 동향을 살피고 있다.

국회에서는 국정감사가 이제 절반 정도 지났는데 벌써 파장 분위기라는 얘기가 많다. 전당대회 때문에 두 달여간 부산했던 민주당은 차치하더라도,여당 역시 마음이 '콩밭'에 있어 국감이 예전처럼 긴장감 있고 실속 있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의원 보좌관은 "일부에서는 한나라당 의원의 절반이 19대 때 낙선할 것이라는 괴담이 돌고 있다"며 "탄탄한 지역구를 가진 의원들 몇을 빼고는 상당수가 지역구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몸은 국감장에 있지만 저녁마다,주말마다 지역구를 찾아 민심을 챙기고 경쟁자들을 견제해야 하기 때문에 온전히 국감에 임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초선인 D의원은 "국감도 챙겨야 하고 다가오는 정치 일정에도 대처해야 하고….요새는 몸이 열 개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감장에서 만난 한나라당 의원들의 현주소다.

박수진 정치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