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발 소비자물가 불안에 대응하는 데는 금리인상 등 거시정책보다 수급안정 등 미시 대책이 더 효과적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2일 '한국 인플레이션 구조 변화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 경기가 회복되고 유동성이 풍부한데도 물가상승 압력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 결정 구조가 예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로 나타난 것은 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것이며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진단했다. 오히려 서비스 및 공산품 등의 가격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각각 1.9%와 1.8%(전년 동기 대비) 상승에 그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소비자물가에 대한 수요 요인 품목(서비스업 등)의 기여율이 1985~1998년엔 65.4%에 이르렀지만 2001년 이후 58.8%로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같은 기간 공급 관련 품목(농축수산물 석유류 등)의 소비자물가 기여율은 11.6%에서 18.4%로 높아졌다. 소비자물가의 경기 상관성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물가 오름세 확대는 수요 압력이 아닌 공급 충격에 따른 것"이라며 "소비자물가의 일시 급등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환율이 물가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에 비해 커진 만큼 정부는 환율 변동성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2000년대 들어 주택가격 등 자산가격과 물가 간 상관관계가 매우 약해졌는데 이는 물가에 자산가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결과이기 때문에 향후 자산가격 변화를 잘 포착할 수 있는 물가지수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