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황장엽 빈소에 하루 늦게 '반쪽 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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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 아닌 원내대표단만 조문…당내서도 "뒷북 아니냐" 비판
살해 위협하던 北은 3일째 침묵
살해 위협하던 北은 3일째 침묵
야당이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조문을 놓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지난 11일 단체로 조문을 한 데 반해 민주당은 하루가 지난 12일에야 당 대표가 아닌 원내대표단만 조문한 것.당내에서도 "북한을 자극할 것이라는 과도한 우려 때문에 결과적으로 뒷북을 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박지원 원내대표와 박기춘 수석 부대표,전현희 조영택 원내대변인과 이윤석 원내부대표는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았다. 박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개인적으로 황장엽 선생과 여러 가지 문제도 있었지만 망자에 대한 너그러움은 우리가 가진 미풍양속"이라며 "오늘 원내대표단이 빈소를 방문해 조의를 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손학규 대표 등 당 차원의 조문은 황 전 비서가 국가의 지도적 인물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판단,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양승조 당 대표 비서실장이 이날 오전 빈소를 찾았다.
전현희 원내 대변인은 "어제 저녁에 당 대표와 원내대표 간 논의가 있었고 조문단은 오늘 오전에 구성했다"며 "갈 계획이 없었던 게 아니라 간다 안 간다 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는 국감 일정으로 인해 원내대표가 지방에 내려가 있었기 때문에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오늘은 고인의 명복을 비는 차원에서 아무런 정치적 고려 없이 일단 가는 게 좋겠다고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비판도 속속 나오고 있다. 손 대표 측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조문하는 것과 당 대표가 직접 움직이는 것은 그 무게에 차이가 크다"며 "황 전 비서가 생전 햇볕정책 등 지난 10년간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로선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도 "지도부의 고민이 이해는 되지만 민주당도 이제 북한에 대해 보다 분명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도 이 문제로 시끄럽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가 "북한 3대 세습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 것이 민노당과 나의 선택"이라고 글을 올린 데 대해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은 "북한 문제 등 중요한 현상에 대해 발언하지 않는 것은 다른 어떤 논리로 설명해도 솔직하지 못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삼성,현대차,SK,LG 등 재계가 모금한 부의금 1억원을 전달했다. 고인이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북한 민주화에 노력한 점을 기리기 위해 모금 활동을 벌였다는 설명이다.
한편 북한은 3일째 침묵을 지키고 있다. 황 전 비서에 대한 살해위협을 해왔던 터라 침묵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