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채권에 투자해 얻는 이자소득에 다시 과세하는 방안이 거론돼 논란을 빚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그저께 국회 국정감사에서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원천징수세 면제를 폐지하자는 한나라당 의원의 주장에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답변한 것이 발단이 됐다. 원론적인 입장 표명이었지만, 금융시장에선 국내에 들어와 있는 해외자금이 도로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원 · 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는 급락하는 등 여진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해 3월부터 세금을 면제하고 있는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해 다시 과세하자는 주장은 해외부동자금의 과다 유입을 막아 금융시장의 과열을 진정시키려는 취지다. 올해 외국인자금 유입액이 지난달 말까지 70조6000억원을 넘고 이 중 채권투자액만 58조5000억원에 이르고 보면,이들 자금이 국내 시장에서 이탈할 경우 금융시장의 심각한 혼란과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부활은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된다. 당장은 해외자금의 과다 유입을 막고 들어온 자금을 내보냄으로써 환율 안정에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외국인의 장기투자 유도에 역행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를 태우고 마는 우(愚)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외국인의 채권투자가 1년 미만인 통화안정채권에 몰려 있어 장기채권 투자 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우리 금융시장의 오랜 과제다. 더욱이 정부가 대부분 3년과 5년인 국고채의 만기를 10년으로 장기화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외국인 채권투자에 과세하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해외 유동성의 과잉유입을 막아 국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은 물론 시급하다. 그렇더라도 대책은 해외자금의 성격을 구분해 단기거래에 제동을 걸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자금의 국제이동 자체를 막는 것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에게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