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전환가격을 낮게 고정해둔 탓에 일부 투자자들에게 폭리를 안겨준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른바 '황금CB(전환사채)'와 '황금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이 엄격히 제한된다. 금융위원회가 관련 규정을 고쳐 매매기준가격이 올라갈 사유가 발생할 경우 전환가격을 상향 조정토록 의무화하기 때문이다.


◆황금CB · BW 발행 사실상 금지

금융위 관계자는 12일 "CB나 BW를 발행한 뒤 감자 등의 사유로 매매기준가격이 올라가면 해당 감자비율만큼 전환가격에 반영해 조정하도록 의무화한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시행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실 기업이 투자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막판에 황금CB와 황금BW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며 "감자를 하면 주식의 본질가치가 크게 상승하는 데도 전환가격이 고정된 탓에 낮은 가격에 신주를 취득해 폭리를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금CB · BW 등 변종사채가 다수의 투자자에게 큰 손해를 끼치고 시장을 왜곡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번 개정안은 오는 26일까지 업계 의견을 모은 뒤 규제개혁위원회,증권선물위원회,금융위 등의 의결 절차를 거쳐 내달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미 발행돼 있는 황금CB와 BW에는 새 규정이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또 황금CB · BW의 발행이 원천 봉쇄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는 주주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 주총특별결의를 거치거나,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한 부실징후 기업의 관리,회생절차 개시 등에 필요한 때는 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의의 투자자 피해 방지 기대

대주주 등이 특정 투자자와 공모해 황금CB로 폭리를 취하는 사례는 많다. 코스닥 E사에선 대표이사가 감자를 결정한 뒤 이를 숨기고 주변 지인 13명에게 황금CB를 발행해 58억원의 부당이익을 제공하다 지난달 검찰에 고발됐다.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내야 하는 하한선(10억원)을 넘지 않는 9억9900만원의 황금CB를 발행하고 납입일을 공시일 바로 다음 날로 잡는 등 기습적인 방법으로 감시망을 따돌렸다.

특히 피터벡앤파트너스 등 일부 외국계 헤지펀드들은 황금CB의 단골 투자자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들은 주가 변동성이 큰 한국시장에서 투자 안정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황금CB나 BW를 인수해 큰 이익을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006년 이후 황금CB와 BW는 총 62건에 달하고,이 중 30여건은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지난해 2월 이후 발행됐다.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의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싸게 전환된 주식이 기존주식의 가치를 희석해 주가가 급락할 때가 많아서다. 폴켐 르네코 알에스넷 어울림네트웍스 등이 소송을 벌였다. 하지만 '사적계약'이란 이유로 투자자들이 패소하는 사례가 많다.

소송을 벌였던 한 투자자는 "신주상장금지가처분은 받아들여질 때가 많지만 본안소송에서 이긴 경우가 없는 데다 거대 기관투자가와 싸우는 과정이 버거워 대부분 소송이 중간에서 취하된다"며 "이번 규정 개정으로 투자자 피해가 줄어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

◆ 황금CB(전환사채)

전환가격이 고정된 전환사채로, 자본을 줄이는 감자를 실시해도 전환가격이 달라지지 않는다. 감자가 이뤄지면 재상장시 감자비율만큼 주가가 올라가지만, CB 전환가격이 고정돼 저가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어 그만큼 수익을 얻게 된다. 황금BW(신주인수권부사채)도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이 고정돼 같은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