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손해율 급등으로 지급여력비율이 악화된 손해보험사들에 자본 확충을 요구하고 나섰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현대하이카다이렉트와 에르고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에 자본 확충 방안을 마련해 이달 말까지 제출하라는 지침을 보냈다.

지난달 이들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크게 올라 지급여력비율이 감독권고 기준인 150% 미만으로 떨어져 보험금 지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재무건전성 지표다. 금감원은 150% 미만인 보험사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현대하이카다이렉트의 지급여력비율은 134.8%에 불과해 감독권고 기준인 150%를 밑돌았다.

에르고다음다이렉트의 지급여력비율은 162.7%를 기록해 감독기준을 겨우 넘어섰지만 두 달 연속 자동차보험 손해율(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에서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이 크게 올라 9월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이 15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에르고다음의 손해율은 지난 8월 96%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100%를 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8월 손해율이 86%였던 현대하이카는 9월 손해율이 90%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초 2010회계연도 2분기(7~9월) 결산이 끝나고 나면 이들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은 전 분기보다 20%포인트 이상 더 하락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이들 보험사는 자동차보험 판매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해 손해율 상승으로 인한 타격이 크다"며 "최근 자동차 보험료를 인상하긴 했지만 자본을 확충하지 않으면 지급여력비율이 개선되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특히 위험기준 자기자본(RBC) 제도를 적용할 경우 이들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이 지금보다 더 낮아지게 돼 이번 기회에 자본을 여유 있게 확충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RBC란 보험사들이 금융시장의 다양한 위험요인을 반영해 자기자본을 갖춤으로써 재무건전성을 높일 수 있도록 종래 위험요인 평가 때 반영했던 보험 · 자산 위험을 시장 · 신용 · 보험가격 · 준비금 · 운영 위험 등 5가지 요인으로 세분화한 제도다. 작년 4월부터 도입돼 기존 지급여력제도와 병행 운영되고 있다.

금감원의 지침에 따라 해당 손보사는 유상증자나 후순위채권 발행 등 구체적인 자본 확충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일부 손보사는 현재 대주주와 증자방안을 놓고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에르고다음의 경우 220억원, 현대하이카는 200억원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외에도 몇몇 손보사들의 지급여력비율이 감독기준에 미달할 가능성이 있어 자본 확충을 해야 하는 손보사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AXA손보의 6월 말 지급여력 비율은 143.6%로 150%를 밑돌았다. 하지만 AXA손보는 이미 자본 확충 방안을 마련 중이어서 이번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