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뮤지컬 국제 경쟁력 탄탄…'영웅' 뉴욕·LA·도쿄 무대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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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억원 들여 제작·연출한 윤호진 에이콤 대표
스토리 구성하는 데 탁월
노래 잘하는 배우도 많아
창작력·실력면에선 세계적 수준
스토리 구성하는 데 탁월
노래 잘하는 배우도 많아
창작력·실력면에선 세계적 수준
"올해 런던에서 '오페라의 유령2'를 봤는데 그런 막장드라마가 없더라고요.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바보되는 것도 금방이구나 싶었죠.'레미제라블'이나 '캣츠'를 지금 보면 템포가 처져서 잠이 올 겁니다. 이젠 시대가 바뀌었어요. 한국 뮤지컬이 절대 밀리지 않습니다. "
뮤지컬 연출가이자 제작자인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62 · 사진)의 입담은 거침없다. 그는 1995년 국내 민간 자본으로 첫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를 제작해 브로드웨이의 문을 두드린 주인공.이후 수많은 창작 뮤지컬로 굵직한 상을 휩쓴 창작 뮤지컬계의 산 증인이다.
1982년 런던에서 '캣츠'를 보고 충격에 빠졌던 시절의 윤호진은 이제 없다. 그는 지난 3월 런던에서 막이 오른 '러브 네버 다이즈'('오페라의 유령' 후속작)에 대해 혹평을 쏟아냈다. 이 작품은 사업가로 변신한 팬텀(유령)과 크리스틴 · 라울 부부가 10년 후 재회한다는 설정으로 구스타브(크리스틴의 아들)의 출생 비밀까지 드러낸다.
윤 대표는 "언제까지 라이선스를 갖다가 할 거냐.이젠 가져올 것도 없다"고 못 박았다. "하반기에 기대가 컸던 '빌리 엘리어트'도 예상보다 힘을 못쓰고 있어요. 정작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선 소재가 고갈돼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하고 과거에 히트한 영화를 뮤지컬로 만드는데 급급한 실정입니다. "
반면 한국 뮤지컬은 자본이 부족하고 시장이 작긴 해도 창작열과 실력 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스토리 만드는 것이 탁월하고 노래 잘하는 배우들도 더 많아요. 외국 작품을 70%밖에 표현 못한다? 서양 예들이 우리 노래하면 안 맞는 것과 똑같죠.글로벌 시대일수록 자기 것에 대한 강렬함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 것을 얼마나 잘 블렌딩(혼합)해 외국인들에게 보기 좋게 갖다 주느냐,이게 바로 '블루오션'이에요. "
그가 해외 진출의 첫 길목으로 일본 시장을 겨냥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일단 정서가 비슷한 일본 시장을 디딤돌 삼아 궁극적으로 뉴욕이나 런던으로 진출하겠다는 것.그는 지난해 첫선을 보인 뮤지컬 '영웅'과 최인호 원작의 '몽유도원도'(2002년 초연)로 일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을 다룬 '영웅'(12월4일~내년 1월15일,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은 국내에서도 두 번째 시즌을 맞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37억원이 들어간 이 작품은 기차가 무대에 등장하는 하얼빈역 장면 등 큰 스케일과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6월 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 · 최우수창작뮤지컬상 · 연출상 등 6개상을 거머쥔 데 이어 오는 18일 열리는 한국뮤지컬대상에도 1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영웅'은 2013년 도쿄에 새로 들어설 한 극장의 개관 기념 프로그램으로 공연할 예정입니다. 원래는 '명성황후'를 가져가겠다던 일본 관계자들이 이 작품을 보고 바로 마음을 바꿨어요. 적인 이토의 모습마저 인간적으로 그렸다고 하더군요. 일본 평론가들은 창작 뮤지컬 시장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10년가량 앞섰다고 말합니다. 일본은 해외 유명 라이선스 작품만 무대에 올리고 관객들도 창작품은 쳐다보지 않죠.그래서 일본 시장을 뚫으면 많이 잡아야 5000억원 정도인 국내 뮤지컬 시장이 3~4배는 커지지 않을까 싶어요. 국내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
'영웅'은 내년에 LA와 뉴욕에서 2주씩 공연된다. 윤 대표가 1997년 '명성황후'로 브로드웨이를 찾은 지 13년 만이다. 그는 "작년에 이 작품의 티켓 매출과 협찬금 등으로 40억여원의 수익을 올려 손익분기점은 넘겼는데 올해 돈을 벌어서 내년 해외 공연 종잣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약 3만명의 관객,매출 30억~35억원을 예상하는데 적자폭을 줄이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삼국사기》에 나오는 백제 설화 '도미전'을 바탕으로 한 '몽유도원도'의 1차 대본이 이달 말 나오는 대로 일본 측 공동 투자자를 물색할 예정이다. 19세기 말 쓰여진 독일의 비극 '보이체크'는 영국 스태프들과 함께 현지에서 영어 뮤지컬 '루비 목걸이(가제)'로 만들어 올리비에어워즈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왕성하고 끝없는 창작열의 목표점은 어딜까.
"노래와 춤,연기에 소질이 있는 뮤지컬 영재들을 데려다 교육시키고 영어,일어까지 가르친 다음 해외에 내보내면 어떨까요. 브로드웨이에서도 점차 아시아 관련 소재가 늘어나는데 그럴 때 우리 배우들을 진출시킬 수 있잖아요. 국내에서도 현재에 머물지 말고 더 좋은 창작품을 만들어 해외로 내보내야죠.가장 중요한 것은 '퀄리티(품질)'입니다. "
1991년부터 단국대 공연영화학부 교수로 재직해 온 윤 대표는 올해 안식년을 보낸 후 정년퇴임(2013년 8월) 때까지 강단에 설 예정이다. 그는 한국뮤지컬협회장도 맡고 있다. 지칠줄 모르는 '워커홀릭'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뮤지컬 연출가이자 제작자인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62 · 사진)의 입담은 거침없다. 그는 1995년 국내 민간 자본으로 첫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를 제작해 브로드웨이의 문을 두드린 주인공.이후 수많은 창작 뮤지컬로 굵직한 상을 휩쓴 창작 뮤지컬계의 산 증인이다.
1982년 런던에서 '캣츠'를 보고 충격에 빠졌던 시절의 윤호진은 이제 없다. 그는 지난 3월 런던에서 막이 오른 '러브 네버 다이즈'('오페라의 유령' 후속작)에 대해 혹평을 쏟아냈다. 이 작품은 사업가로 변신한 팬텀(유령)과 크리스틴 · 라울 부부가 10년 후 재회한다는 설정으로 구스타브(크리스틴의 아들)의 출생 비밀까지 드러낸다.
윤 대표는 "언제까지 라이선스를 갖다가 할 거냐.이젠 가져올 것도 없다"고 못 박았다. "하반기에 기대가 컸던 '빌리 엘리어트'도 예상보다 힘을 못쓰고 있어요. 정작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선 소재가 고갈돼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하고 과거에 히트한 영화를 뮤지컬로 만드는데 급급한 실정입니다. "
반면 한국 뮤지컬은 자본이 부족하고 시장이 작긴 해도 창작열과 실력 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스토리 만드는 것이 탁월하고 노래 잘하는 배우들도 더 많아요. 외국 작품을 70%밖에 표현 못한다? 서양 예들이 우리 노래하면 안 맞는 것과 똑같죠.글로벌 시대일수록 자기 것에 대한 강렬함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 것을 얼마나 잘 블렌딩(혼합)해 외국인들에게 보기 좋게 갖다 주느냐,이게 바로 '블루오션'이에요. "
그가 해외 진출의 첫 길목으로 일본 시장을 겨냥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일단 정서가 비슷한 일본 시장을 디딤돌 삼아 궁극적으로 뉴욕이나 런던으로 진출하겠다는 것.그는 지난해 첫선을 보인 뮤지컬 '영웅'과 최인호 원작의 '몽유도원도'(2002년 초연)로 일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을 다룬 '영웅'(12월4일~내년 1월15일,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은 국내에서도 두 번째 시즌을 맞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37억원이 들어간 이 작품은 기차가 무대에 등장하는 하얼빈역 장면 등 큰 스케일과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6월 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 · 최우수창작뮤지컬상 · 연출상 등 6개상을 거머쥔 데 이어 오는 18일 열리는 한국뮤지컬대상에도 1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영웅'은 2013년 도쿄에 새로 들어설 한 극장의 개관 기념 프로그램으로 공연할 예정입니다. 원래는 '명성황후'를 가져가겠다던 일본 관계자들이 이 작품을 보고 바로 마음을 바꿨어요. 적인 이토의 모습마저 인간적으로 그렸다고 하더군요. 일본 평론가들은 창작 뮤지컬 시장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10년가량 앞섰다고 말합니다. 일본은 해외 유명 라이선스 작품만 무대에 올리고 관객들도 창작품은 쳐다보지 않죠.그래서 일본 시장을 뚫으면 많이 잡아야 5000억원 정도인 국내 뮤지컬 시장이 3~4배는 커지지 않을까 싶어요. 국내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
'영웅'은 내년에 LA와 뉴욕에서 2주씩 공연된다. 윤 대표가 1997년 '명성황후'로 브로드웨이를 찾은 지 13년 만이다. 그는 "작년에 이 작품의 티켓 매출과 협찬금 등으로 40억여원의 수익을 올려 손익분기점은 넘겼는데 올해 돈을 벌어서 내년 해외 공연 종잣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약 3만명의 관객,매출 30억~35억원을 예상하는데 적자폭을 줄이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삼국사기》에 나오는 백제 설화 '도미전'을 바탕으로 한 '몽유도원도'의 1차 대본이 이달 말 나오는 대로 일본 측 공동 투자자를 물색할 예정이다. 19세기 말 쓰여진 독일의 비극 '보이체크'는 영국 스태프들과 함께 현지에서 영어 뮤지컬 '루비 목걸이(가제)'로 만들어 올리비에어워즈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왕성하고 끝없는 창작열의 목표점은 어딜까.
"노래와 춤,연기에 소질이 있는 뮤지컬 영재들을 데려다 교육시키고 영어,일어까지 가르친 다음 해외에 내보내면 어떨까요. 브로드웨이에서도 점차 아시아 관련 소재가 늘어나는데 그럴 때 우리 배우들을 진출시킬 수 있잖아요. 국내에서도 현재에 머물지 말고 더 좋은 창작품을 만들어 해외로 내보내야죠.가장 중요한 것은 '퀄리티(품질)'입니다. "
1991년부터 단국대 공연영화학부 교수로 재직해 온 윤 대표는 올해 안식년을 보낸 후 정년퇴임(2013년 8월) 때까지 강단에 설 예정이다. 그는 한국뮤지컬협회장도 맡고 있다. 지칠줄 모르는 '워커홀릭'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