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문학상의 계절이다. 노벨문학상을 시작으로 맨부커상,콩쿠르상 등 세계 3대 문학상 수상자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세계의 독자들은 문학의 향연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 4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맨부커상은 영국 연방에서 영어로 쓰여진 문학 작품 가운데 최고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이언 매큐언,존 쿳시,살만 루시디,아라빈드 아디가 등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이 상을 받았다.

영국 시간으로 지난 12일 저녁 발표된 올해의 맨부커상은 영국의 작가이자 칼럼니스트인 하워드 제이콥슨(Howard Jacobson)의 《핑클러 문제(The Finkler Question)》에 돌아갔다.

1998년과 2001년 이미 두 차례나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던 호주 출신 작가 피터 카레이의 《미국의 앵무새와 올리버》,아일랜드 작가 엠마 도너휴의 《방》,남아프리카 작가 데이먼 갤것의 《낯선 방안에서》,톰 맥카시의 《C》 등 6종의 최종 후보작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사랑과 상실,남자 간의 우정에 대해 다루고 있는 《핑클러 문제》는 현대 사회에서 유대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탐구한 작품이다.

맨부커상은 공정하면서도 투명한 방식으로 독자들과 함께 수상작을 선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비평가,교수,작가,편집자,저명 인사 등으로 구성된 선정위원들은 객관적으로 작품을 선정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10월 맨부커상의 발표를 앞두고 7월 중순에 1차 후보작 12~13권이 대중에게 공개되며,9월 초에 다시 6권으로 압축된 최종 후보작이 발표된다.

워터스톤스(Waterstone's)를 비롯한 영국의 대형 서점들은 맨부커상 후보작들을 위한 특별 매대를 설치하고,독자들을 위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다. 수상작 발표일 전까지 낭독회와 퀴즈쇼 등 각종 이벤트가 이어지며 맨부커상 수상작에 대한 독자들의 호기심은 극에 달한다.

맨부커상 측이 미리 후보작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은 독자들의 반응,대중의 선택을 수상작 선정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문학상 맨부커상.그래서 이 상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고 출판사와 서점,다른 모든 출판업계 종사자들에게도 환영받고 있다.

올해의 경우 맨부커상 1차 후보작에 오른 작품들의 판매량은 작년보다 45%나 상승했다는 집계가 발표됐다.

한국에도 수많은 문학상들이 있는데,그 상들과 독자들 사이에는 과연 어떤 상관 관계가 있을까. 전통만을 위한 상,돌려먹기 식의 상,이런 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외면받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 · 북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