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끼니야 때우면 그만…1년에 60달러 학비가 걱정이에요"
"식사는 주로 뭘로 하시나요. " "밥이요. " "베트남 사람들도 쌀이 주식인 건 압니다. 그러니까 무엇으로 식사를 하시는지…." "그러니까 밥이요,소금이랑…." 그랬다. 그들에게 반찬이란 건 없었다. 소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태어나서 고기를 세 번 먹어봤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던 아이의 엄마는 걱정한다. 먹는 거야 아무거로나 끼니를 때우면 되지만 아이들 교육비 때문이다. 학교를 보내야 하는데 그 비용이 1년에 60달러라고.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는 올해 60주년을 맞은 월드비전의 취재 에세이다. 월드비전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거리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미국의 밥 피어스 목사가 만든 구호기관이다. 그로부터 60년,한국은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바뀌었다. 이 책은 60주년을 기념하면서 전 세계 40만명에 달하는 후원자들의 성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알리기 위한 일종의 보고서이기도 하다.

마을에 수도꼭지가 하나 만들어지자 식수 펌프가 생겼다며 빗속에 뛰어나와 춤을 추는 볼리비아 사람들 이야기부터 반찬이란 단어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던 베트남의 작은 마을 트라미의 사정까지 눈물샘이 얕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게 물들이기에 충분하다.

남편을 상대로 소송을 건다는 것은 '목숨을 거는 것'과 같다는 네팔의 이야기는 분노를 끓게 한다. 소송은커녕 열 살 안팎에 강제결혼을 하고 스무 살이나 많은 남편이 죽고 난 후에도 재혼은 금기시된다. 남편이 죽더라도 전 남편을 위해 살기만을 강요당하고 다른 남자와의 재혼은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된다. 과부는 항상 흰 옷을 입고 액세서리를 해서도 안 되며 젊은 남자와 말을 섞어서도 안 된다. 아침부터 과부를 보면 재수가 없다는 미신에 외출도 금지되고,육식을 하는 것은 죽은 남편의 살을 먹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정도면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사치이지 않을까.

책을 덮을 즈음 'Imagine'을 부르며 기아가 없는 세상을 꿈꾸던 존 레넌까지는 아니라도 1주일에 하루씩 가게 문을 닫고 양로원으로 머리 깎으러 가는 동네 미용실 아주머니가 존경스러워 보인다는 저자의 한마디가 귓전을 맴돈다. 세상을 바꾸는 건 리더가 아닌 '바보'들이라고,진심이 통하는 우직한 바보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