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 두나 마을의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의 꿈은 '피부가 하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기사에서 본 적이 있다. "백인처럼 피부가 하얀 사람들은 잘산다. 그래서 우리도 피부가 하얗게 돼 잘살고 싶다"는 게 그 이유다.

아프리카 서북부 가난한 나라 말리의 두나 마을.이곳에서 태어나는 아이 5명 중 1명은 5세를 넘기지 못한다. 말라리아,설사,폐렴 등 3대 질병을 야기하는 '오염된 물'과 '극단적인 일교차' 때문이다.

어린 생명들은 단돈 500원인 알약만 있다면 생명을 건질 수 있다. 신생아의 저체온증을 방지할 수 있는 털모자 하나면 폐렴도 이긴다. 이들에게 죽음과 삶의 거리는 500원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어린이 한 명을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작은 차이가 생명을 구하는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 케빈 젠킨스 월드비전 총재의 말이다.

11월11일 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우리나라가 빈곤과 지속성장,환경 같은 정치 · 사회적 이슈까지 광범위하게 다루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주체로 자리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특히 원조수혜국에서 원조국으로 탈바꿈한 유일한 선례인 우리나라에 국제개발원조나 구호활동에 관해 기대하는 바는 남다를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국제 구호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난민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2년 '1951년 난민협약(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한 이래 2001년 처음으로 난민 인정을 했다. 1994년부터 난민 지위 신청을 받기 시작했으며,175명을 난민으로 인정했고,국제적 보호가 필요한 93명에게는 인도적 지위를 부여했다. 1994년부터 2009년까지 대한민국 정부는 2429건의 난민 지위 신청을 받았으며 321건이 아직 계류 중이다.

우리나라는 난민 인권에 있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일례로 난민 신청 후 보통 2~5년 심사기간을 거치기에 이들은 극한의 인권 사각지대에 방치된다. 직업과 의료 혜택도 못 받는다.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적(籍)이 없는 두려움은 난민 신청자들에게 가장 큰 적(敵)이다. 주체적으로 삶을 이끌어가지 못하는 데서 오는 이들 삶의 공허함과 불안함을 지적하며 제니스 린 마셜 유엔난민기구 전 한국대표는 다음과 같이 얘기한 적이 있다.

"우리는 이들에게 다음 날 일어나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

우리는 그들이 삶을 선택받기만 하는 것이 아닌,그들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고 이끌어 줘야 한다.

나경원 < 한나라당 국회의원 nakw@assembly.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