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생일선물로 10만위안(약 1700만원)짜리 그랜드피아노를 선물하더군요. "

중국 상하이 푸둥의 삼익악기 직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동포 김미란씨(26)는 "피아노를 찾는 고객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며 "2만~3만위안짜리 업라이트 피아노를 비롯해 10만위안에 달하는 그랜드피아노도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악기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악기 업체 관계자는 "중국의 중산층이 두터워지면서 피아노 등 악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1980년대 한국에서 불었던 '피아노 사주기' 열풍에 견줄 만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피아노 시장은 지난해 기준 23억5000만위안(4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피아노 시장보다 10배 이상 큰 규모다. 해마다 전 세계 피아노 판매대수의 70~80% 수준인 20만~22만대가 중국에서 팔린다. 이를 반영하듯 12일 개막해 15일 막을 내리는 '상하이국제악기박람회'에는 전 세계 1200여개 업체가 참가,중국 내수 시장 확대를 위한 탐색전을 벌였다.

중국 시장을 선점하려는 국내 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삼익악기는 고급화 전략을 통해 중고가 피아노 시장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저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과 다른 길을 가겠다는 포석이다. 이형국 삼익악기 중국법인장(55)은 "중국 중산층 규모는 1억3000만명,5000만가구 수준이기 때문에 중국의 중고가 피아노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2008년 인수한 독일 자일러 등 고급 브랜드를 앞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삼익 피아노는 중국 저가 브랜드에 비해 가격이 1.5~2배 정도 비싸지만 수요는 점점 늘고 있다"며 "올해 그랜드 피아노 누적 판매량 100대를 돌파했다"고 덧붙였다.

삼익악기 중국법인은 2008년 1300만위안,지난해 2800만위안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5500만위안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년 두 배씩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회사 측은 내년엔 매출 8000만위안,2012년에는 1억위안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창악기도 중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맞춤형 마케팅을 전개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국 현지법인은 지난 3년간 매년 매출이 15%씩 성장했다"며 "올해부터는 피아노 판매 상위 10대 도시를 선정,이곳에 마케팅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위안화가 절상되면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강해져 중고가 시장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상하이(중국)=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