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막장 지킨 우르수아 리더십…22시간 만에 '미시온 쿰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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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온 쿰플리다 : 스페인어로 임무 완수 >
칠레 광부 33인 모두 생환
치!치!치!레!레!레!…칠레 전역 기쁨의 함성
"75% 과학ㆍ25% 運으로 구조"…광부 대부분 건강 양호
칠레 광부 33인 모두 생환
치!치!치!레!레!레!…칠레 전역 기쁨의 함성
"75% 과학ㆍ25% 運으로 구조"…광부 대부분 건강 양호
매몰 69일,구조 22시간 모두 해피엔딩이었다. 어떤 미디어도,어떤 예술도 연출하기 어려운 감동의 휴먼드라마였다. 33명의 매몰 광부 모두가 빛을 본 순간 칠레 국민은 하나가 됐다. 전 세계인이 이 감동을 함께했다. 구출 현장인 산호세 광산에는 칠레 국가가 멀리까지 울려 퍼졌다. 국가를 부르던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과 가족들,칠레인들은 감격의 눈물을 감추지 않았다.
13일 오후 9시55분(현지시간) 구조팀은 지하 700m 갱도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작업반장 루이스 우르수아(54)를 지상으로 무사히 끌어올렸다. 이로써 약 22시간의 구조 드라마는 공식 종료됐다. 지하에 내려갔던 구조요원들은 우르수아를 지상에 올려보낸 후 '칠레,임무 완수(Chile,mision cumplida)'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세계를 향해 흔들며 구조 작업이 종료됐음을 알렸다.
구조팀은 처음에는 약 1시간에 한 명씩 조심스럽게 위로 올렸다. 작업은 후반으로 갈수록 탄력이 붙어 40분에 한 명씩 지상으로 올렸다. 결국 당초 예상했던 최대 48시간보다 훨씬 앞당겨진 22시간 만에 대드라마는 끝났다. 69일 동안 캄캄한 지하에서 리더 역할을 했던 우르수아는 마지막으로 구출된 직후 피녜라 대통령을 끌어안고 "어려운 상황을 이겨냈다"고 그간의 힘들었던 심정을 토로했다.
칠레의 구조 작업이 완벽히 성공한 것은 뛰어난 기술력과 철저한 사전 테스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AP통신 등 외신은 33명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구조했을 뿐 아니라 예상시간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작업을 완료한 칠레 구조팀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 지상과 지하 700m를 오가며 광부들을 끌어올렸던 캡슐은 단 한 번의 고장도 없이 작업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미국의 굴착 기술을 비롯해 각국 기업이 지원한 모니터,전화 배선 등도 한몫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구조 작업의 성공은 "25%의 운(運)과 75%의 과학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만 하루 동안 구조 작업이 진행됐던 산호세 광산 현장을 비롯해 칠레 전역은 온통 환호의 도가니였다. 광부들이 하나둘씩 생환할 때마다 칠레 전역은 '치!치!치!레!레!레! 비바(만세) 칠레'라는 함성으로 가득했다. 전날부터 작업 현장을 떠나지 않은 피녜라 대통령은 "우리는 전 세계에 헌신과 노력,희망에 대한 모범을 남겼다"며 "칠레의 가장 큰 보물은 구리가 아니라 광부들"이라고 자랑스러워 했다.
전 세계인의 눈과 귀도 구출 작업에 집중됐다. 세계 30여개국에서 모인 1000명의 방송팀이 구출 현장을 생중계했다. 인터넷의 구글과 야후에서는 이날 한동안 '칠레 광산 구조'가 1위 검색어로 올랐다.
광부 33명의 건강은 대부분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부들이 후송된 코피아포 병원 의료진은 "폐렴의 일종인 규폐증이 있는 마리오 세풀베다(40)와 최고령자 마리오 고메스(63)를 빼면 건강 상태가 모두 완벽하다"고 전했다. 앞으로 큰 문제는 정신적인 후유증이다. 극한의 환경에서 장시간 갇혀 있던 탓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릴 수도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