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개헌을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여권 인사들에게 개헌에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고,친이계 일각에서 개헌론에 군불을 땐 게 계기가 됐다. 물론 민주당이 개헌에 부정적인 손학규 대표 체제로 정비됐을 뿐만 아니라 친박근혜 쪽에서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18대국회 임기 내에 실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개헌론은 그동안 이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보여왔던 사안이다. 지난해부터 행정구역 · 선거구제 개편과 함께 통치 · 권력구조를 손대는 개헌을 주장해왔다. 그러던 차에 친이계인 이군현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최근 민주당에 개헌특위와 4대강 검증특위를 맞바꾸자는 빅딜을 제안하면서 여당 내 논란을 촉발시켰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4대강특위 구성을 수용할 테니 개헌특위도 동시에 만들자는 것이다. 개헌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자 친박계인 서병수 최고위원은 14일 "개헌론과 같은 중요한 정책이 의총 결정이나 최고위원회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원내대책회의의 자의적 판단으로 결정되는 것은 권한남용에다 당규위반"이라며 "다시는 이 같은 행태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서 최고위원은 "더 큰 문제는 헌법을 흥정과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친이계의 개헌 시도를 '박근혜 흔들기'로 보고 있는 친박계의 시각이 담겨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잘못된 헌법을 고치자는 논의조차 못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그렇지만 상황은 개헌과 점점 멀어져 가는 양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여야에서 나오는 개헌론이 국민으로부터 추동력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에 '공허한 테마'로 남을 것 같다. 시간이 갈수록 현실화 가능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추진 의지에도 불구하고 집권 후반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 개헌이 자칫 모든 이슈를 잡아먹는 블랙홀이 될 수 있어 무리수를 두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다.

김희정 대변인은 "지난해와 올해 8 · 15 광복절 경축사 등에서 이 대통령이 개헌에 대한 평소의 생각을 밝혔지만 방향성에 대해선 이렇다,저렇다 하지 않았다"며 "청와대가 개헌을 주도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국민이 개헌에 관심이 없고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특히 개헌특위와 4대강 검증특위를 맞바꾸는 '빅딜'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홍영식/박수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