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어제 5급 이상 특채 업무를 행정안전부로 이관하고 내부 인사 시스템의 객관성을 강화하는 한편 재외공관장과 본부 고위직에 타부처 공무원이나 민간인 채용을 크게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공정 외교부 실현을 위한 인사 · 조직 쇄신안'을 발표했다. 쇄신안의 계기는 유명환 전 장관 딸 특채 파문이지만,사실 외교부는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유독 많은 곳으로 특히 고위 외교관 자녀들에 대한 특채 시비는 이번 일이 터지기 전에도 제기돼 온 고질적 문제였다.

1997년 '우수한 재외동포를 외교관으로 유치'할 목적으로 도입한 외무고시 2부의 경우만 해도 부모를 따라 오랫동안 해외생활을 한 외교관 자녀들을 위한 제도라는 비판을 끊임없이 들어왔다. 실제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선발된 22명 중 41%인 9명이 장 · 차관 및 3급 이상 고위직 외교관 자녀였다고 한다. 이 제도는 2004년 폐지됐지만 일반경쟁 시험이었던 외무고시 2부가 이 정도니 이번에 문제가 된 특채를 둘러싼 불공정 사례가 어느 정도였을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번 쇄신안이 과연 이런 시비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채 선발권을 행안부로 이관했다지만 선발 방식의 기존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다 선발기준을 외교부가 만들 경우 기존과 큰 차이가 없는 까닭이다. 외부인사 영입 역시 제도로 정착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벌써부터 중동 아프리카 등 기피지역 공관만을 대상으로 외부인사를 영입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결국 장관이 바뀌고 세월이 지나면 쇄신도 유야무야되고 말 수도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외교부 혼자 속성으로 쇄신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외부 전문가까지 포함한 위원회 등을 구성해 좀 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인사 조직 개선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2012년부터 외무고시를 대체할 외교아카데미에 대해서도 외교부의 폐쇄성과 순혈주의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차제에 제도 보완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