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서민 정책도 시장 존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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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추 가격이 폭등하자 서울시가 배추 30만포기를 확보해 지난 5일부터 시중가의 70% 수준으로 공급하고 있다. 공급 첫날부터 배추를 사려는 시민들이 몰려 판매를 시작한 지 한 시간 만에 대부분 동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정부가 수입한 중국산 배추를 국산의 절반 가격으로 팔고 있는 대형마트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벌어졌다. 대형 마트들은 중국산 배추가 불티나게 팔리자 추가 수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가격보다 싼 값에 파는 배추 때문에 재래시장 상인들은 때아닌 울상을 짓고 있다. 재래시장에서 배추를 사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서민을 위해 펼친 정부의 정책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부른 셈이다.
이런 현상은 금융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소외 계층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대출 등 다양한 서민금융 상품이 기존 금융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미소금융은 대부업체뿐만 아니라 시중 은행에서 돈을 빌려 쓴 사람조차 미소금융으로 갈아타는 '재테크'를 하게 만들었다. 햇살론이 나오자 혜택을 받기 위해 일부러 대출금을 연체해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
금융위원회가 연 49%였던 대부업체의 최고 금리를 연 44%로 인하한 이후 대부분 대부업체들의 대출 실적은 이전보다 감소했다. 서민들은 급전을 구하기가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한다.
은행연합회를 통해 최근 출시한 새희망홀씨 대출 역시 마찬가지다. 원래 있던 희망홀씨대출은 신용등급 7등급 아래로만 적용됐는데 '새'희망홀씨는 대상을 5등급 이하로 확대했다. 은행들이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7등급 이하 서민에 대한 대출을 외면할 경우 서민들은 대부업체로 내몰릴 것이란 지적이다.
집 없는 서민에게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나온 보금자리주택도 민간 건설회사의 주택 공급을 위축시켜 전세난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 취지는 좋지만 시장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오히려 각종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정부가 이제는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강동균 경제부 기자 kdg@hankyung.com
정부가 수입한 중국산 배추를 국산의 절반 가격으로 팔고 있는 대형마트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벌어졌다. 대형 마트들은 중국산 배추가 불티나게 팔리자 추가 수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가격보다 싼 값에 파는 배추 때문에 재래시장 상인들은 때아닌 울상을 짓고 있다. 재래시장에서 배추를 사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서민을 위해 펼친 정부의 정책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부른 셈이다.
이런 현상은 금융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소외 계층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대출 등 다양한 서민금융 상품이 기존 금융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미소금융은 대부업체뿐만 아니라 시중 은행에서 돈을 빌려 쓴 사람조차 미소금융으로 갈아타는 '재테크'를 하게 만들었다. 햇살론이 나오자 혜택을 받기 위해 일부러 대출금을 연체해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
금융위원회가 연 49%였던 대부업체의 최고 금리를 연 44%로 인하한 이후 대부분 대부업체들의 대출 실적은 이전보다 감소했다. 서민들은 급전을 구하기가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한다.
은행연합회를 통해 최근 출시한 새희망홀씨 대출 역시 마찬가지다. 원래 있던 희망홀씨대출은 신용등급 7등급 아래로만 적용됐는데 '새'희망홀씨는 대상을 5등급 이하로 확대했다. 은행들이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7등급 이하 서민에 대한 대출을 외면할 경우 서민들은 대부업체로 내몰릴 것이란 지적이다.
집 없는 서민에게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나온 보금자리주택도 민간 건설회사의 주택 공급을 위축시켜 전세난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 취지는 좋지만 시장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오히려 각종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정부가 이제는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강동균 경제부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