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금리정책 결정회의를 열어 연 2.25%인 기준금리(정책금리)를 동결했다. 지난 7월 0.25%포인트 인상한 이후 석 달 연속 동결이다.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장의 예측을 깬 금통위 결정에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고 주가는 급등했다. 원 · 달러 환율도 급락해 1100원 선이 위협받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국제 금융시장 상황이 굉장히 절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금통위원들이 고민하고 고려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전년 동월 대비)에 이르렀지만 환율 하락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금리를 인상하면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져 외국 자본 유입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총재는 "주요국의 환율이 급변하고 있어 우리 경제에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처럼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내부만 보고 정책을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외부 환경이 워낙 급변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움직이는 것은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에 이른 것은 이상기후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배추 등 채소류의 가격 급등을 제거하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 수준"이라며 "9월 농산물 가격 급등은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 총재는 그러나 "4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웃돌 것이란 기존 전망은 유지하고 있으며 경기 상승에 따른 수요 압력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채권금리가 급락(채권가격은 급등)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20%포인트 내린 연 3.08%로 사상 최저치(2004년 12월7일 연 3.24%)를 경신했다. 5년 만기는 0.19%포인트 하락한 연 3.45%를 기록했고 10년 만기와 20년 만기 국고채도 각각 0.16%포인트,0.19%포인트 떨어졌다.
국채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 것은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에서다. 다음 달에는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와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로 인해 환율전쟁이 이어질 것이며,12월엔 지금까지 한번도 기준금리를 올린 적이 없는 만큼 금리 인상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은 데다 미국 등 주요국이 돈을 추가로 푸는 양적완화를 예고하고 있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말께 연 3% 아래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스피지수는 23.61포인트(1.26%) 오른 1899.76에,코스닥지수도 5.47포인트(1.10%) 상승한 504.59에 마감했다. 원 · 달러 환율은 9원80전 내린 1110원90전을 기록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환율이 조금만 올라도 달러를 파는 분위기"라며 "지속적으로 하향 돌파를 시도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