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동산도 일본 부동산처럼 10년 이상 하락세를 지속할까. "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격렬한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화두다. 일본형 폭락을 예상하는 이들은 일본처럼 우리 부동산도 'L'자형 하강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한다. 부동산 가격이 몇 년에 걸쳐 폭락한 뒤 장기적으로 약보합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인구감소,고령화,저성장,과도한 주택담보대출 및 금리인상 가능성,전 세계적인 부동산 가격 하락세,공급과잉 등이 근거다. 1960년대 이후 50년간 지속된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마감되면서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시대가 저물었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이 맞아 떨어진다면 서둘러 부동산을 정리하는 게 맞다. 부동산에 발목을 잡혀 평생 은행 대출금 갚기에 허덕이다 생을 마감하는 일은 피해야 하는 까닭이다.

우리나라 부동산과 일본 부동산에 모두 정통한 전문가들은 일본형 폭락 예상에 대해 어떤 의견일까. 일본에서 부동산 관련 전공을 하고 현재 대학교 연구소 등에서 부동산이나 경제를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 10명의 의견을 들은 결과 이들은 대체적으로 일본형 폭락에 동의하지 않았다.

급격한 고령화,인구 감소,저성장 시대 진입 등의 현상이 일본과 10~20년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점도 많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면서 경제 전체가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었지만 국지적으로 발생한 우리 부동산 거품은 장기 경제 침체를 몰고 올 정도로 치명적이지 않다고 이들은 진단했다. 또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 사례를 본 덕에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실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부동산 가격의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보는 이들도 상당했다.

그러나 인구감소,고령화,저성장,주택보급률 향상 등으로 과거처럼 모든 부동산이 동반 상승하기는 어렵다는 데엔 대체적으로 의견이 일치했다. 또 일본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났듯이 도심 회귀와 고령화에 따른 신도시 황폐화,1~2인 가구 및 고령자를 위한 임대주택 시장 활성화,리츠 등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 부각 등을 예상하는 이들도 많았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상무)은 "경제가 튼튼하고 국민 소득이 계속 늘어나면 좋은 집과 사무실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궁극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우리가 경제를 얼마나 잘 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