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처럼 쿠바도 정권을 가족에게 세습한 나라다. 하지만 김일성,김정일에 이어 김정은까지 3대째 이어가고 있는 북한과는 세습 과정은 물론 정권을 물려받은 집권자의 개혁의지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쿠바는 1959년 사회주의혁명을 이끌며 2006년 7월까지 47년간 이 나라를 통치한 피델 카스트로에 이어 그의 동생 라울 카스트로가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형 피델은 장 출혈로 수술을 받은 뒤 2006년 7월 동생에게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넘겼다. 2008년 2월엔 정권을 완전히 이양했다.

라울 카스트로는 형과 함께 쿠바혁명에 참여한 인물이다. 국가평의회 의장에 오르기 전 국방부 장관과 평의회 부의장을 거쳤다. 이 때문에 쿠바 내에서도 그의 권력승계는 어느 정도 용인되는 분위기라는 게 외신의 일반적인 평가다. 군 경력이나 정치적 경험이 전무한 김정은에게 권력을 물려준 뒤 '천재적 지도자'라는 식의 터무니없는 말로 띄우기에 나서면서 우상화를 시도해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북한과는 대별된다.

라울 카스트로는 특히 자영업 육성과 농지 사유화 등 강력한 개혁드라이브로 쿠바 혁명 이후의 또 다른 경제혁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근 들어 시장경제를 과감히 도입하는 등 개혁 강도가 워낙 세다보니,쿠바 정권 내에서도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BBC 등 서방 언론도 최근 그의 개혁 시도에 대해 '1959년 혁명 이래 최대 변화' 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반면 북한 경제는 여전히 폐쇄적이다. 최근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를 취재했던 블룸버그통신은 "북한이 내세우는 공식 환율은 실제 시장 환율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며 "과거 옛 소련의 스탈린식 경제관념을 가진 엘리트와 자본주의적 사고에 점차 익숙해져 가는 주민 간 큰 격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내세우는 공식 환율은 1달러에 북한 돈으로 100원이다. 하지만 사설 시장에서는 200원짜리 찐빵이 20센트에 거래된다. 북한의 비공식 환율이 1달러에 1000원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켄 드워스킨 딜로이트 중국연구소 소장은 "과거 캄보디아의 폐쇄경제가 그러했듯이 명목환율과 시장의 실제 환율 간 격차가 크다는 사실은 북한 경제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폐쇄적인 경제를 유지해온 북한이 지구상에 몇 남지 않은 사회주의 국가 쿠바의 변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심이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