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장된 반도체 및 부품장비업체 새내기주들의 주가가 공모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IT 업황의 부진에 따른 실적 우려가 반영돼 주가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2월 상장된 에스이티아이는 이날 오후 1시47분 현재 5290원으로 공모가(1만7500원) 대비 약 70%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에스이티아이는 노트북과 휴대폰용 CMOS 이미지센서를 설계하고 판매하는 팹리스(설계·판매전문) 업체다.

휴대폰용 오토 포커싱(AF) 생산업체 하이소닉도 공모가(1만3000원)에 비해 약 50%가량 주가가 떨어져 현재 6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올 2월 에스이티아이와 같은 날 상장된 휴대폰·넷북 케이스 생산업체인 모베이스도 공모가 1만3200원보다 약 31% 낮은 가격인 9040원에 거래되고 있다.

IT주들의 주가 하락이 본격화된 8월 이후 상장한 새내기주들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상장된 휴대폰 부품업체인 와이솔은 현재 공모가(8000원) 보다 낮은 766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글루시큐리티는 현재가가 8400원으로 공모가 1만4000원 대비 약 40% 하회하고 있다.

이들 주가가 부진한 것은 IT(정보기술)업황의 부진으로 인해 실적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이 공모가를 산정할 때는 향후 실적과 성장 가능성 등 여러가지 잣대를 놓고 측정하게 된다"면서 "주가가 공모를 밑도는 것은 업황 둔화로 인해 실적이 부진할 것이란 우려감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시전문가들은 IT 업황이 당분간 좋아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들 기업들의 주가도 당분간은 급격하게 좋아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IT업황은 4월 고점을 찍은 이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실제 업황 개선을 당분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주가는 기대감을 선반영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며 올 12월부터 내년 상반기에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애널리스트는 "일단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게 되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주가가 반등할 수 있는 모멘텀이 생길 수 있다"며 "전방업체의 실적 흐름이 좋아질 조짐이 보이면 부품업체들의 주가도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