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는 69일에 걸친 매몰 광부들의 생환 구조 작업에 성공함으로써 해외 국가이미지 홍보 문구인 '칠레 아세 비엔(Chile hace bien · 칠레는 잘한다)'을 국제사회에 입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칠레가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은 광업을 기반으로 한 강한 경제력과 안정된 정치구조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칠레 중앙은행에 따르면 올해 칠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5%에 육박할 전망이다. 내년에도 6%가 넘는 고성장이 예상된다. 지난 2월 강진과 쓰나미로 300억달러가 넘는 재산 피해를 입었지만 칠레 경제는 끄떡없다는 얘기다. 1인당 GDP는 1만4300달러로 남미 국가 중 가장 높다.

칠레 경제의 경쟁력은 광업 부문에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광업은 GDP의 17.6%,상품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주력 산업이다. 전 세계 구리 매장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이기도 하다.

전자산업에 필수적 금속인 리튬,요오드,셀레늄,레늄의 매장량도 세계 1위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칠레는 외자유치 등을 통해 오래전부터 광업 부문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했다. 이번 구조 작업 성공 뒤에도 높은 기술력이 있었다는 게 외신의 분석이다.

안정된 정치도 칠레의 경쟁력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칠레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73~1990년 집권) 군사독재 이후 민주주의로 평화롭게 이행한 후 줄곧 안정적인 정치 체제를 유지해왔다. 좌파와 우파 모두 중도실용주의 노선을 내세우기 때문에 다른 남미 국가와 달리 포퓰리즘으로 빠져들지 않았다.

1990년대 이후 칠레의 고성장을 이끈 외국인 투자 활성화 및 친기업 정책 등은 당시 집권한 중도좌파 정권에서 실시됐다. 올해 2월 취임한 중도우파 성향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도 좌파 정권 정책을 계승했다.

칠레의 개방적인 성향은 2006년 중남미 최초 여성 대통령 미첼 바첼레트가 선출된 것에서도 나타난다.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곳도 이미 한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등 40여개국에 이른다. 개방성은 경쟁력으로 이어져 국제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에 따르면 칠레의 신용등급은 Aa3로 남미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다.

안정적이고 개방적인 칠레의 성향이 '독일계 칠레인들(칠레노 알레마네스)'에서 나온다는 분석도 있다.

1848년 독일에서 자유혁명이 실패한 후 칠레로 건너온 독일인들의 후손은 현재 칠레 총 인구의 4%에 달하는 6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을 흡수하면서 오랫동안 칠레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독일계 이민자들이 심은 유럽의 전통이 칠레에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다는 얘기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