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사진)가 15일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개헌논의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손 대표는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현행 헌법과 민주주의 정신에만 충실해도 권력집중을 해소할 수 있다"면서 개헌 반대 입장을 밝혔다. 최근 여권 일각의 연내 개헌추진설과 박지원 원내대표 등 당내 일부 개헌론자들이 이에 호응하는 듯한 움직임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손 대표는 "있는 권력으로 물가나 잡고 전세대란을 막고 기업형 슈퍼마켓(SSM)법을 통과시켜 서민생활을 돌봐야 한다"면서 "공연히 실정을 호도하고 정권연장 술책으로 개헌을 시도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정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이어 야권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손 대표도 '개헌 반대' 입장을 밝힘에 따라 정치권 내 개헌논의가 탄력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 측 인사는 "평소 권력집중 문제는 제도가 아닌 사람의 문제라는 게 손 대표의 생각"이라며 "연내 개헌이 가능하다고 말하면서 이달 중순까지 여권 안에서조차 혼선을 빚는 것은 모순인데 이제 여권 스스로 가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는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도 박 원내대표의 개헌행보에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여야 대권주자 간 이해관계나 국민적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개헌이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자주 언급하는 의도를 곱씹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가 자신의 입지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