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자산'을 처음 개념화한 데이비드 아커 UC버클리 교수(사진)는 "1999년 정몽구 회장이 경영을 맡은 후 현대자동차가 고품질 메이커로 자리잡는 등 완전히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아커 교수는 15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임직원 200여명을 대상으로 특강을 갖고 "정 회장이 품질 관련 부서를 직접 관리하고 품질회의를 주관하는 등 체질 개선에 주력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아커 교수는 1986년에야 미국시장에 진출한 현대차는 초기엔 롤러코스터와 같은 행보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저가 전략으로 단기간 내 연 10만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으나 1990년대 들어 비용 절감에 주력하면서 부메랑을 맞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커 교수는 "참담한 품질관리 실패로 나빠진 현대차의 평판이 거의 10년간 악영향을 미쳤다"면서 "2000년대 품질 경영을 본격화한 후 현대차는 각종 경이로운 기록을 경신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001년 JD파워가 실시한 초기 품질조사(IQS)에서 37개 미국 내 판매 브랜드 중 32위를 기록했다가 2004년 동일 조사에선 일본 도요타마저 제치며 대중 브랜드 중 1위로 올라섰다.

아커 교수는 "미국에서 최초로 10년-10만마일이란 최고 보증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품질에 대한 자신감 덕분"이라며 "요즘 미국 소비자들은 현대차에 대해 경제적이고 성능 좋은 차란 인식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커 교수는 현대차의 현지화 집중 전략을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현대차가 2003년 북미연구소와 디자인센터를 만들고 2005년 앨라배마 공장까지 설립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신형 쏘나타와 투싼 등의 개발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 현지 인력이 협업 체제를 구축했던 사례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과거엔 현대차를 쳐다보지도 않았던 미국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게 됐고 제네시스 출시 후엔 프리미엄 이미지까지 얻었다"고 평했다.

아커 교수는 "혁신적인 신제품을 주기적으로 출시하고 현대 어슈어런스와 같은 색다른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지속 성장의 조건"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쏘나타는 이날 중동지역 자동차 전문기자단이 처음 선정한 '올해의 차'(중형세단 부문)로 뽑혔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