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경주에서 오는 22,23일 이틀간 열린다. 이 회의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 수장과 사무총장들까지 참석해 다음달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논의할 주요 의제들을 미리 점검하고 조율해 코뮈니케를 채택할 예정이다. 특히 주요 국가들이 저마다 자국 통화가치를 낮게 유지하려는 환율전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는 양상이고 보면 경주회의에서 이를 수습할 방안 도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의 관심이 이번 회의에 쏠리고 있는 이유다.

중국 위안화 절상 문제에서 촉발된 환율전쟁의 파장은 이미 보호주의를 우려할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 및 유럽과 중국 간 협의가 아무 성과없이 끝나면서 달러화 약세현상이 두드러져 일본의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비판,미국의 2차 유동성 양적 완화조치에 대한 유럽의 반발 등 새로운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엔화가치가 최근 달러화에 대해 15년 만의 최고치로 급등하고 유로화도 1유로가 1.4121달러로 8개월 사이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원 · 달러 환율 역시 이달 들어 90원 가까이 급락해 1100원선마저 위태로운 처지다.

이런 마당에 일본은 총리와 재무상까지 나서서 중국은 물론 한국 정부도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를 끌어들여 추가적인 시장개입의 명분을 만들려는 술책으로 보인다.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가시적인 분쟁해소 방안이 반드시 제시돼야 하는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환율전쟁 중재자로서의 의장국 위상을 크게 손상시킨 일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환율전쟁이 보호무역주의로 흐르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수출확대를 목표로 한 통화가치 절하는 곧 상대국이 무역수지에서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고 보면 무역분쟁의 확대는 불보듯 뻔하다. 당장 미 · 중 관계만 해도 그렇다. 미국은 지난 8월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28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위안화 절상압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문제가 되는 위안화는 달러화에 대해 이달 들어 강세를 보이며 연초 대비 2.3% 절상되기는 했다. 하지만 연내 절상폭이 3%를 넘지않을 것이란 관측이고 보면 미 · 중 간 환율 갈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않아도 세계 금융시장에선 제2의 플라자합의 같은 국제공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번 경주회의에서 원만한 수습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정부는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십분 발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