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석촌동에 사는 소모씨(68)는 요즘 걱정이 많다.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살고 있는 그는 66㎡(20평)짜리 빌라 한 채를 제외하면 현금 3억원이 재산의 전부다. 이 돈을 모두 은행 정기예금에 맡겨놓고 매달 나오는 이자로 생활비를 충당해 왔다. 2년 전만 해도 연 6%를 적용받아 월 150만원(세전) 정도는 받을 수 있었다. 예금금리가 연 3% 중반으로 주저앉은 지금은 매달 받는 이자가 채 100만원이 못된다.

소씨는 "생활비와 약값을 쓰고 나면 남는 돈이 하나도 없다"며 "특히 물가는 무섭게 올라가는데 예금금리는 계속 떨어지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예금금리가 떨어지면서 소씨와 같은 이자 생활자들이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있다. 그렇다고 노후에 남은 마지막 재산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에 투자할 수도 없다.

잠실의 109㎡(33평)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모씨(72) 부부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보유 현금 5억원을 은행 정기예금에 맡겨두고 매달 받는 140만원과 국민연금 70만원으로 생활한다. 지병으로 근처 병원에 다녀야 하기 때문에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병원비와 약값 관리비 등을 내고 나면 210만원이란 돈은 온데간데 없다. 이씨는 "금리가 더 떨어지면 매달 적자를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일수 씨티 프라이빗뱅크 팀장은 이와 관련,"부동산 경기 침체로 그동안 빚을 내 무리한 투자를 했던 서울 강남 중산층들의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며 "한번 올라간 생활수준을 떨어뜨리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느끼는 체감 고통은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고령자들이 보험사 연금상품이나 주택연금 등으로 소득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보험사 연금상품에 가입하면 은행보다 훨씬 유리한 금리로 매달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다"며 "집을 담보로 매달 생활비를 받는 주택연금도 요즘 같은 부동산 하락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우리나라 고령층들은 원금 보전이나 주택 상속에 대한 집착이 강해 실제 이 같은 대안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