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금리 하락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어서 은행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도 덩달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은행 예금금리 하락에도 은행예금이 그다지 줄지 않아 은행들은 자금을 조달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자금을 운용할 곳을 찾아 은행들끼리 경쟁에 나서면서 기업 대출금리도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아직 대체적으로 관망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출금리가 추가로 하락한다면 부동산 투자자들의 심리가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할 곳 마땅치 않은 은행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주요 대출처인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은행들의 기업 대출금리는 작년 말 대비 1~2%포인트 떨어졌는데도 기업 대출이 늘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작년 말 77조3421억원에서 9월 말 77조7947억원으로 4500억여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74조350억원에서 76조1470억원으로 2조1000억원밖에 늘지 않았다. 2008년에는 14조원 증가했다가 지난해 5000억원 증가에 그친 후 기업대출이 정체 상태다.

김경완 우리은행 기업고객 담당 부행장은 "은행의 기업 대출금리는 장기적으로 회사채 금리를 따라가게 마련"이라며 "은행들의 대출 경쟁으로 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데도 기업 대출이 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계기업들을 제외하고는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에 자금이 남고 대출할 곳은 별로 없어 일부 우량기업에 대해서는 마진을 남기지 않고 대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시장금리 당분간 하락할 듯

국내 채권시장에 외국인 투자자금이 몰려들면서 채권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놓고서도 기준금리를 3개월 연속 동결하자 국고채 3년물 금리는 7월 말 연 3.8%에서 15일 연 3.05%로 0.75%포인트 떨어졌다. 국고채 5년물도 같은 기간 연 4.38%에서 연 3.45%로 0.93%포인트 하락했다.

회사채 금리도 하락하고 있다. AA-급 회사채 금리는 지난 7월 말 연 4.75%에서 연 4.01%로 떨어졌다.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은행채 금리도 마찬가지다. AAA등급 기준 은행채 금리는 이 기간 연 4.34%에서 연 3.52%로 0.82%포인트 내렸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려워 시장금리 하락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채권금리가 이미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추가 금리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손무일 신한은행 자금부장은 "시장금리가 많이 떨어진데다 장단기 금리 차이가 30bp(1bp=0.01%포인트)로까지 좁혀졌기 때문에 이른바 '바닥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 회사채 자금조달 늘어

저금리 시대가 계속되면서 기업들은 자금 조달이 쉬워졌다. 은행들이 한계기업으로 보는 기업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기업들은 자금 사정이 양호한 편이다. 우량기업들은 은행 대출금리보다 회사채 금리가 더 낮기 때문에 채권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다음 주 현대상선이 63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총 13건 1조6019억원의 회사채가 발행될 예정이다. 채권금리가 떨어져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고 있다고 금투협 관계자는 설명했다.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BBB급 회사채도 인기다. 다음 주 발행되는 BBB급 회사채는 1000억원 규모(4건)로 늘어나는 추세다. 연 10%를 웃돌던 BBB-등급 회사채 금리도 15일 9%대(연 9.98%)로 진입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