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기능의 '치매'라 할 수 있는 파킨슨병이 국내 65세 이상 인구 100명당 한 명꼴로 발병하고 있다. 게다가 2018년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에 접어들면 연평균 10%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사회적인 대비가 요구된다.

파킨슨병은 뇌에서 도파민을 합성하는 신경세포가 사멸하는 질환으로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고,근육이 뻣뻣해지며,신체의 일부가 떨리고,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쉽게 넘어지는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다수의 환자가 우울,불안,치매,불면증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파킨슨병의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 수술치료 운동재활치료 등이 있으나 아직 완벽에 가까운 것은 없다. 가장 많이 쓰는 약물은 레보도파(l-Dopa)다. 파킨슨병이 도파민을 합성하는 신경세포가 죽어 발병하기 때문에 뇌세포에서 도파민으로 바뀌는 전단계 물질인 레보도파를 투여하는 것.이 약은 초기 1~2년간 하루 2~3회 복용으로 충분한 효과를 내지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4~5회로 복용을 늘려야 하고,결국엔 이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5년 이상 사용하면 절반 이상에서 입과 혀,어깨,팔,손 등을 부자연스럽게 떠는 이상운동증이 생긴다. 이 밖에 장기 복용으로 혈압이 떨어지고 욕지기 구토가 생기며 만성피로 졸림 어지럼증 등을 느낀다. 이런 증상은 약효가 나타날 때에는 줄어들다가 약효가 사라지면 심해진다.

레보도파가 말초조직에서 탈탄산효소에 의해 분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레보도파에 탈탄산효소인 벤세라자이드와 카비도파를 각각 혼합한 게 '마도파'와 '시네메트'란 약이다. 레보도파는 약 10%만이 뇌에 도달해 도파민이 되고 나머지는 장에 흡수돼 파괴된다. 이 때문에 오심 구토 기립성저혈압 빈맥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므로 탈탄산효소제를 섞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부작용을 줄이고 레보도파의 사용량을 최대 80%까지 감소시키며 레보도파를 최대 유효량까지 증량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단축된다.

또 레보도파가 중추와 말초에서 3-O-메틸도파로 대사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레보도파에 엔타카폰이란 성분의 카테콜-O-메틸도파 전이효소(COMT)억제제를 첨가한 게 '스타레보'(상품명)다. 그러나 이들 복합제는 레보도파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시간을 지연시키고 그 강도를 약화시킬 뿐 완전하게 막지 못한다. 스타레보는 심장마비 뇌졸중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도파민작용제란 도파민 수용체에서 도파민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약제로 브로모크립틴,페르골라이드,리수라이드 등 오래된 약과 프라미펙솔(상품명 미라펙스),로피니롤(상품명 리큅) 같은 비교적 최신약으로 나눌 수 있다. 최신약일수록 작용시간이 길고 이상운동증의 부작용이 줄며 신경세포의 소실 속도가 레보도파보다 현저히 늦춰진다. 그러나 도파민 작용제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연구결과 복용자의 13.6~17.1%가 충동조절장애(도박 폭식 충동구매 성적돌발행동 등)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레보도파 복용자의 6.9%에 비해 대략 2~3.5배 더 높은 수준이다.

항바이러스제 겸 파킨슨병치료제인 아만타딘은 장기간 복용할 경우 각막내피세포의 숫자가 줄어드는 등 각막손상의 위험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위원량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팀에 의해 발표됐다.

파킨슨병 환자는 저조한 도파민에 비해 아세틸콜린의 영향이 크므로 항콜린제를 쓰기도 한다. 그러나 입이 마르고 혼돈상태에 빠지는 등 부작용이 레보도파나 도파민 작용제에 비해 심하다. 셀레길린은 도파민을 파괴하는 모노아민산화효소(MAO)-B를 억제하는 약으로 뇌내 흑색질의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파킨슨병 진행억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새로운 MAO-B 억제제인 라사길린(상품명 아질렉트)은 더 나은 효과를 낸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나 삼환계 약물 등 항우울제는 파킨슨병 환자에게 가장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우울증을 치료해준다.

뇌심부자극술은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에서 시행되는 시술로 뇌의 깊은 곳에 위치한 시상하부핵 등에 고주파 전기자극을 가함으로써 파킨슨병의 증상을 완화시킨다. 하지만 약물이 잘 듣지 않거나,약에 의한 합병증이 심할 경우에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처럼 기존 치료법들은 각종 부작용과 내성,제한적인 효용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증상의 일시적인 개선효과를 보이지만 병의 진행을 멈추게 하진 못한다. 여기에 환자의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치는 피로나 통증의 경감에는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여러 연구 결과 파킨슨병 환자의 40% 이상이 만성적인 피로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자리에 앉아 생활하는 환자가 많다. 피로증상의 개선책으로 일부 기존 파킨슨병 치료제나 유산소운동 등이 거론되나 효과적이지 않다. 피로가 만성화되면 환자는 무기력해져 치료의지를 상실하고 가족들도 우울감에 빠지게 된다.

이런 점에 착안해 휴온스(대표 윤성태)는 9월 초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천연봉독 성분으로 만든 파킨슨병 치료제 'HP05(가칭)'의 3상 임상시험 시행을 승인받았다. 이 회사가 개발한 천연봉독 신약후보물질은 멜리틴,아파민,아돌라핀 등 봉독의 주요 성분을 유효성분으로 함유하고 있다.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촉진,피로증상 개선에 도움을 준다. 또 체내 진통물질인 코티손의 농도를 높여 신경세포에 대한 항염증 효과를 높이고 퇴행성 뇌질환으로 인한 피로증상을 경감시킨다. 더욱이 2008년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전(前)임상시험 결과 천연봉독은 도파민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뇌 신경손상에 의한 이상회전운동을 억제해 파킨슨병에 대해 직접적인 치료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입증됐다.

봉독은 꿀벌의 산란관에서 나오는 독액으로 대체의학 및 민간요법에서 관절염과 각종 통증 질환에 사용해왔다. 구주제약의 '아피톡신'이 퇴행성 관절염 치료에 널리 사용될 정도로 천연봉독 의약품의 안전성은 확보돼 있다. 부작용이나 내성 발생도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휴온스는 이미 천연봉독 함유 파킨슨병 천연물 신약후보물질의 임상시험약 제조를 완료했고,올해 안에 특발성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파킨슨병 관련 피로증상 경감효과 평가를 위한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되면 식약청의 시판허가를 얻어 2012년에 완제품을 발매한다는 목표다. HP05는 기존 파킨슨병 치료제와 병용 투여가 가능해 수입의약품 위주의 국내 파킨슨병 치료제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휴온스는 2008년 기준 600억원대로 집계된 국내 파킨슨병 치료제 시장에서 발매 초기 1년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