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의 계절인 여름이 지났지만 가을에도 몸매를 관리하려는 사람들의 관심은 여전하다. 결혼시즌을 앞두고 어깨가 드러나는 웨딩드레스를 입으려는 예비신부들이 몸매를 교정하기 위해 비만클리닉을 많이 찾고 있다. 최근 '꽃중년''아저씨돌'이라는 신조어가 말하듯 30~40대 남성들도 체형에 부쩍 신경쓴다. 이 때문에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까지도 비만을 해결하려 병원문을 두드리는 추세다.

요즘 '살빼기'는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 주로 지방흡입술이나 약물치료를 하던 과거와 달라졌다. 균형미 있는 몸매를 위해 특정 부위의 살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부위별 체형교정 방법이 선호되는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는 게 의료계의 얘기다. 비만치료 전문 네트워크 윈클리닉의 김덕하 원장은 "요즘 두툼해진 팔뚝이나 옆구리,등 부위의 살이나 허벅지의 셀룰라이트(비만으로 인해 섬유화된 굳은 살)처럼 다이어트나 운동으로 쉽게 빠지지 않는 국소부위의 지방을 제거하려는 사람이 늘었다"며 "이런 사람들을 위해 간편하고 부작용이 거의 없으며 바쁜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시술 후 일상생활에 빨리 복귀할 수 있는 치료법들이 확산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반인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게 포스파티딜콜린(PPC) 주사로 통하는 '리포디졸브'시술이다. 최근 많이 이용되는 대표적인 지방분해주사 중 하나다. PPC는 세포막을 구성하는 인지질로 2개의 지방산과 콜린으로 이뤄져 있다. 눈밑 지방종을 PPC로 치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이후 국소 부위에 축적된 지방을 녹여 림프절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시키고,늘어진 피부의 탄력을 개선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 김 원장은 "팔 겨드랑이 가슴 복부 등 옆구리 등 전신 어느 부위나 국소적인 지방 제거가 가능하고 특히 주사를 이용하기 때문에 얼굴 같은 세밀한 부위의 지방을 제거할 때도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LLD(lipolytic lymph drainage)는 주사제로 지방을 분해,이를 통해 림프액 배출을 촉진하는 게 치료원리다. 살이 잘 빠지지 않는 요인 중 하나는 림프액의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부종이 생기고 이것이 히알우론산의 분해를 억제해 림프부종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LLD에 사용되는 주성분은 히알우로니다제(hyaluronidase)로 탄수화물이나 글리코사이드를 분해하는 효소다. 림프부종의 원인인 히알우론산의 분해를 촉진하고 섬유화조직을 파괴해 셀룰라이트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다.

PPC보다 상대적으로 넓은 국소 부위의 지방 제거,심한 셀룰라이트의 개선,다이어트 후 요요현상으로 인한 약물치료 효과 저하 등에 주로 이용된다. 특히 LLD와 함께 초음파 지방파괴장비(리포덤)로 병행 치료하면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도비만 및 당뇨로 인한 비만에도 시술이 가능하다.

HPL레이저지방용해술은 저장성 지방분해 약물,마취제 등을 혼합한 HPL(hypotonic pharmacological lipodissolution)을 지방이 축적된 시술 부위에 다량 주사한 후 초음파와 레이저를 조사하는 시술법이다.

저장성인 HPL을 주사하면 삼투압 현상 때문에 지방세포가 분해되는데 이때 레이저나 고주파를 쏘여줘 남아 있는 지방세포를 파괴한다.

마취가 필요없고 시술 다음 날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도 빠르다. 색소 침착이나 부종 등과 같은 합병증도 거의 없고 피부 바로 밑의 지방세포까지 용해하기 때문에 늘어지거나 처진 피부를 리프팅해주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전신에 적용 가능하나 주로 복부나 허벅지,팔뚝 등 넓은 부위의 지방 제거에 쓰인다. 혈액순환과 림프순환을 원활하게 해 잘 빠지지 않는 셀룰라이트를 제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비만이 심하지는 않지만 부분적으로 군살이 많거나 지방흡입수술에 대해 두려움이 큰 경우에 적합하다.

카르복시요법은 액화된 의료용 이산화탄소 가스를 국소 비만 부위 또는 피하지방층에 주입해 피하지방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액화된 가스를 주입하면 지방세포에서 지방산이 빠져나오게 된다. 이때 가스압 때문에 모세혈관이 반사적으로 확장되는데 배출된 지방산이 혈관으로 흡수돼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는 원리다. 혈관과 림프관이 동시에 확장되기 때문에 국소지방의 배출효과가 향상된다.

더불어 혈액 내의 산소가 피부 및 피하조직으로 공급되면서 부분적인 유산소 효과도 발생하게 된다. 약물을 투여하지 않기 때문에 임신부가 시술을 받아도 안전하다. 지방흡입이 불가능한 부위에 시술할 수 있고 갑작스럽게 체중이 증가해 늘어진 피부의 탄력을 개선하고 튼살을 감소시킨다. 제왕절개 수술 등으로 딱딱해진 복부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당뇨병성 궤양이나 건선 치료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방흡입수술은 지방 자체를 물리적으로 빼내기 때문에 직접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수술로 피부 표면의 지방이 고르게 빠지지 않으면 피부가 울퉁불퉁해지고 간혹 피부 표면의 조직이 파괴되면서 괴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 식욕을 억제하는 비만치료제를 복용하면 개인에 따라 혈압상승 불안감 현기증 두통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부분적인 지방제거시술법은 지방흡입술에 비해 비교적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중 약물을 이용한 시술법은 임신부나 어린이,미세혈관 질환이 있는 당뇨병 환자,면역질환 류머티즘 갑상선염 간질환 등이 심각한 사람에게 시행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PPC나 LLD요법의 경우 시술 부위가 붉어지거나 가렵고 붓는 경우도 있으나 보통은 수일 안에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또 PPC 시술 후 변비나 설사 등을 경험할 수도 있고 여성은 지방이 분해되면서 호르몬 분비량이 증가해 월경불순이 생길 수도 있다. 간혹 피부에 너무 얕게 주사할 경우 피부궤양이나 괴사가 발생할 수도 있으나 현재까지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된 바는 없다.

치료효과는 개인차가 큰데 PPC는 시술받은 사람의 30%,LLD 50%,HPL레이저 20%,카르복시요법은 25% 안팎에서 효과를 느끼지 못하거나 요요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김 원장은 이에 대해 "체질적인 측면도 있고 환자들이 식사량 감소,운동요법 등을 병행하지 않은 탓도 있다"며 "시술효과에만 의존하지 말고 인식과 행동을 수정해야 살이 빠지는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