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현재와 미래의 경기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조사기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한국은행 조사에서는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한은이 지난달 중순 1515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9월 업황 BSI는 전달보다 6포인트 하락한 92였다. 10월 전망 BSI도 전월 대비 5포인트 하락한 99로 8개월 만에 기준치인 100 밑으로 내려갔다.

반면 전경련이 지난달 중순 6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9월 실적 BSI는 104.1로 전달의 98.6보다 상승했다. 10월 전망 BSI도 113.1로 전월보다 높아졌다.

한은과 전경련이 BSI를 산출하는 방식은 비슷하다. 현재 경기 수준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설문조사를 해 긍정적으로 답한 업체와 부정적으로 답한 업체 중 어느 쪽이 많은지를 지수로 나타낸다. 계산 결과 BSI가 100을 넘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뜻하고,100에 못 미치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한은과 전경련 BSI가 상반되게 나온 것은 일차적으로 모집단의 차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제조업 1700여개,비제조업 1000여개 등 2700여개 기업을 표본으로 하며 이 중 70%가량이 중소기업이다. 이에 비해 전경련 조사는 업종별 매출액 순으로 600개 기업이 대상이다. 상대적으로 대기업 비중이 높다.

손원 한은 기업통계팀 과장은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의 경영 여건이 좋기 때문에 대기업을 위주로 조사하는 전경련 BSI가 한은 BSI보다 긍정적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설문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한은은 '중장기 평균'에 비해 이번 달 실적이 어떤지를 묻는다. 반면 전경련은 '전달'에 비해 이번 달 상황이 어떤지를 질문한다. 전달보다는 좋아졌더라도 아직 2~3년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기업은 전경련 조사에는 긍정적으로 답하고 한은 조사에는 부정적으로 답할 가능성이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