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를 말한다…글로벌 인터뷰] (4) "한국시장 볼수록 매력…전담 애널리스트 두고 투자 더 늘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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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채권왕' 빌 그로스 핌코 CIO
한국 채권의 장점은
금리 높고 파산위험 없어…은행채 투자에도 관심
美 경제 상황은 '뉴 노멀'
위기회복에 상당한 시간 필요…재정 건전한 한국은 적용 안돼
한국 채권의 장점은
금리 높고 파산위험 없어…은행채 투자에도 관심
美 경제 상황은 '뉴 노멀'
위기회복에 상당한 시간 필요…재정 건전한 한국은 적용 안돼
'채권왕'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 · 65)는 자금시장 흐름을 주도하는 '마켓 메이커(market maker)'다. 그로스 CIO는 현재 미 국채시장에 거품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미 국채보다는 한국 브라질 등 신흥국에 투자를 확대하는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 중이라고 말했다.
미 국채의 거품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진단에 따라 그로스 CIO는 리스크는 크지 않으면서 미 국채보다 수익률이 높은 대체 투자를 찾아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게 파산 가능성이 없는 국가가 발행한 채권의 보험(CDS)이나 이머징 국가 발행 채권을 사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에 있는 핌코 본사에서 그를 만나 세계 경제 현황과 투자 전략 등을 들어봤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어느 분야 투자에 관심이 많은지요.
"미 국채는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세계 경제가 아직은 약한 탓에 리스크가 그렇게 크지 않으면서 국채보다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이른바 '안전 스프레드(safe spread)' 자산에 관심이 많습니다. 파산할 가능성이 없는 국가의 CDS를 사서 스프레드를 확보하는 방식이지요. 실질금리가 높은 이머징 시장의 통화에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브라질이 대표적인 경우지요. 화폐 변동성 위험이 있지만 브라질 실질금리는 연 8~9%에 달합니다. 물론 이머징 국가들은 통화가치 절상을 막으려고 하지요. 한국도 원화의 급격한 가치 상승을 막고 있잖아요('점잖게 표현한다면'이라고 말했다).금리와 통화가치 움직임 면에서 한국 싱가포르 필리핀 브라질 등 이머징 국가의 통화에 투자하는 게 유망하다고 봅니다. "
▼한국 브라질 등에서 투자 기회가 많다는 말이지요.
"구체적인 회사를 얘기할 수는 없지만 한국은 보수적으로 평가된 시장입니다. 미국이 1~2% 성장하는 데 비해 4~5%가량 성장하고 있고요. 가치와 성장 측면에서 모두 유망한 곳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아직 유가증권시장 기업 주식에 많이 투자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본격적으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
▼한국에 얼마나 투자했습니까.
"준정부 기관(semi-official institutions) 발행채권 등 원화 자산에 50억달러 정도 투자했습니다. 한국이 유망한 시장이라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지요. 정부 기관채뿐 아니라 은행채 등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
▼한국을 주로 보는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들이 있나요.
"이머징 데스크에서 한국만을 보는 전문가들이 있지요. 그들이 한국 기업을 직접 방문한 뒤,투자를 추천하는 보고서를 쓰기도 하고요. "
▼한국의 민간 기업 주식에도 투자한다는 말인가요.
"핌코가 계열사로 설립하는 뮤추얼펀드 등 계열사들이 투자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핌코는 주로 채권에 투자하는데 앞으로는 주식 투자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 기업 주식에도 많이(larger proportion) 투자하게 될 것입니다. "
▼일부 경제학자들은 지금은 통화정책이 아니라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둘 다 필요하지요. 하지만 미국 중간선거를 전후해 양당이 정치적 합의로 재정 지원책을 마련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수단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조치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없고 효과를 자신할 수도 없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잖습니까. "
▼미 통화당국의 양적완화 조치로 미 달러가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18개월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강달러' 정책을 썼습니다. 최근 들어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없지요. 각국이 수출을 확대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상황에서 환율정책이 중심 의제가 됐습니다. 중국이 환율 조작 주범으로 꼽히며 비난을 받고 있지요. 하지만 FRB가 공식적으로 약달러를 꾀한다고 밝힌 적은 없지만 통화량 공급을 늘리면 미 달러 가치는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관점에서 보면 FRB와 재무부가 '약달러'를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하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환율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다른 국가들의 통화 가치 상승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통화 정책을 맹비난하면서 통화량 증대를 통해 미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현상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
▼미 달러가 약세를 보인다면 결국 국제 상품 가격의 상승 압력이 커질 텐데요.
"좋지 않은 현상입니다. 유가 등 국제 상품 가격은 안정돼 있는 게 좋지요. 통화가치 하락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품 가격만 올릴 수는 없잖습니까. 국제 유가와 아르헨티나에서 들여오는 소고기 가격도 높아지게 되겠지요."
뉴포트비치(캘리포니아)=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