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16일 부산 우동 벡스코(BEXCO)에서 열린 '2010 부산 국제섬유패션전시회(2010 BITFAS)'는 첨단산업용 섬유 제품의 경연장이었다. 철,알루미늄 등 그동안 금속이 쓰이던 분야를 대체하는 다양한 신섬유 제품들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산업용 섬유에 대한 업계의 관심을 반영,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많은 50여개 업체가 참여했다.

◆탄소섬유,슈퍼PE 등 상용화제품 선보여

최근 방탄복을 시연하는 동영상으로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아르모프의 부스엔 총검과 송곳으로 직접 방탄복의 성능을 시험해보려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회사의 방탄복은 탄소섬유와 UHMWPE(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 · 슈퍼PE)를 결합해 만들어 기존 방탄복과 달리 송곳이나 바늘에도 뚫리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한주엽 아르모프 대표는 "조선시대의 갑옷과 같이 비늘 형태로 만들어져 유연성이 좋고 각 부위별로 수리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라며 "미군이 사용하고 있는 제품보다 20% 이상 가볍다"고 설명했다. 국내외에서 7건의 특허가 출원돼 있으며,러시아와 필리핀,몽골 등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UHMWPE로 만든 신섬유 '미라클'을 선보였던 동양제강은 올해 이를 이용해 만든 해상용 로프를 출품했다. 이 회사 차재혁 기술연구소장은 "철로 만든 와이어로프에 비해 14배가량 강하다"며 "나일론에 비해서도 강도는 4배 높으면서 무게는 7분의 1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차 소장은 "초대형유조선(VLCC)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며 "해군의 최신예 함정인 독도함에도 슈퍼PE로 만든 로프가 납품됐다"고 덧붙였다.

◆초경량,친환경 산업용 섬유 눈길

행사장 중앙에 농약 살포용 무인 헬기를 전시한 원신스카이텍도 산업용 섬유의 다양한 활용 범위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혔다. 동체의 70%가 탄소섬유로 만들어져 기존 철과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헬기에 비해 무게를 30㎏ 이상 줄였다. 가벼워진 만큼 농약 등을 더 실을 수 있다. 중국 프랑스 터키 등에서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조선,자동차 등 산업용으로 쓰이는 신섬유의 연평균 성장률은 15.7%로 일반섬유(5.1%)에 비해 3배가량 높다. 2015년이면 전체 섬유시장의 30%를 신섬유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은 미국 대비 68% 수준,일본에 비해서도 75%에 불과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대영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부장은 "조선업이 크루즈나 요트 등 점차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넘어가면서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와 같은 섬유의 활용도가 많아지는 것처럼 자동차,전자 등의 신제품 개발을 위해서도 산업용 섬유 분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