댜오위다오(釣魚島 · 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일본 국민들이 각각 대규모 반일 · 반중 시위를 벌였다. 양국 정부가 갈등 봉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데 반해 민간에서는 상대방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면서 댜오위다오 분쟁이 2라운드에 진입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中 백화점 공격,日 2주 연속 반중시위

중국에서는 지난 16일 쓰촨성 청두(成都)시,산시성 시안(西安)시,저장성 항저우(杭州)시,허난성 정저우(鄭州)시 등 대도시에서 수천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시위를 벌였다. 대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시위를 조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도심에서 '댜오위다오를 반환하라' '일본 상품을 쓰지 말자' 등의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2000여명이 시위를 벌인 청두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일본계인 화탕백화점에 침입하는가 하면 다른 일본 가게들을 향해 플라스틱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청두에서만 음식점과 화장품 가게 등 5개 일본계 점포가 습격을 받아 문과 간판이 부서졌다. 7000여명이 운집한 시안에서는 일본 스포츠용품점인 미즈노상점이 피해를 입었다. 중국 경찰은 일본 상점 앞을 막아섰으나 관계자를 연행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처는 하지 않았다.

중국재경일보는 이날 시위가 일본 우익단체들이 주일 중국대사관에 위협성 실탄을 날리는 등 과격 행동을 하고 있는 데 자극받아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이날 일본에서도 2500여명이 도쿄에서 반중시위를 벌였다. 전 주말에 이은 두 번째 시위다. 대표적 보수 인사인 다모가미 도시오 전 항공막료장이 이끄는 시위대는 이날 도쿄 아오야마 공원에 모인 뒤 일본 국기를 들고 중국대사관 앞까지 행진했다.

◆'갈등 2라운드' 시작되나

관계 개선을 조심스레 모색하던 양국 정부는 당황해 하는 모습이다.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의 잘못된 언행에 대한 일부 군중의 의분을 이해하지만 이런 애국적인 열정은 법에 의해 이성적으로 전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중국 공산당의 중요한 회의인 17차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7期5中全會)가 열리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시위가 발생했다"며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양국 정부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일 · 반중 여론이 강한 상태에서 관계 회복을 서두를 경우 국내에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아시아 · 유럽정상회의(ASEM) 때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비공식적으로 만난 데 이어 량광례 중국 국방부 부장(장관)과 기타자와 도시미 방위상도 회동,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어져왔다.

이에 따라 이달 하순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 정상회의 때 양국 정상회담 개최가 유력한 것으로 전망됐으며,다음 달 일본 요코하마에서 개최될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도 예상됐다. 그러나 양국에서 동시에 일어난 대규모 시위 사태로 이 같은 일정이 실행될 수 있을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댜오위다오 분쟁 이후 단행했던 희토류 수출 중단,일본 여행 금지 등의 조치는 완화했지만 세관의 일본 상품 수입은 여전히 지연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