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 핌코(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컴퍼니) 창업자인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 · 65 · 사진)는 "한국을 유망 시장으로 분류해 채권 등 원화 자산에 이미 50억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머징 시장 중 경제 전망이 매우 밝은 한국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미국 월가에서 '채권왕'으로 불리는 그로스 CIO는 16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에 있는 핌코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한국 시장이 가치(밸류에이션)와 성장성 측면에서 저평가됐다"며 "1조2500억달러의 운용자산 중 일부를 적극적으로 한국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로스 CIO는 "경제 체질로 보나 정부 재정상태 혹은 성장성 측면에서 봐도 한국은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투자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3배로 미국의 16배보다 낮고,주가순자산비율(PBR)도 1.2로 미국의 1.6보다 낮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핌코 한국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유가증권시장 기업을 방문해 투자를 추천하는 보고서를 쓰고 있다"며 "채권에만 투자해 온 핌코가 주식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한국 우량 대기업이 우선 투자 대상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한국과 브라질 등 이머징 시장에서 투자 기회를 찾겠다는 것이다.

핌코의 한국 투자 확대는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얻고 동시에 원화 가치 상승으로 자산 수익률을 끌어올리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 경제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장기적인 전망에 기초한 투자 전략이어서 한국 투자 비중 확대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로스 CIO는 "한국처럼 경제적으로 선진화한 나라가 선진국 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라며 거듭 한국 시장 투자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세계 자산운용 시장의 자금 흐름을 좌우하는 핌코가 한국에 대한 자산투자를 확대하면 자칫 원화 가치 급등을 초래하는 등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그는 "지난 6월부터 한국에서 핌코의 8개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며 "투자뿐 아니라 펀드 판매 사업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스 CIO는 한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미래에셋그룹이 이머징 시장을 적극 공략해왔다는 설명을 들었다며,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을 만나보고 싶다는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뉴포트비치(캘리포니아)=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